기초단체 243곳 중 50곳 미발행…대구·경북 사각지대
지자체 "당장 소비쿠폰 지급 어렵다…정부 또 '탁상행정'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지역화폐인 '지역사랑상품권'을 6조원 규모로 두 배로 늘린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지역인 대구시의 경우 지역사랑상품권 자체를 발행하지 않고 있어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 기초단체 8곳을 비롯해 경북도 7곳, 서울시 8곳, 대전시 4곳, 제주도 등 지자체들도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다. 이들 지자체 입장에서는 코로나19 피해와 함께 추경 혜택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아래 표 참고).
지역사랑상품권은 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지역 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점포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다. 주유소와 식당, 서점, 학원 등 가맹점 스티커가 붙어있는 곳에서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가맹점 수수료도 없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다.
◆ 기초단체 243곳 중 50곳은 미발행…대구시·경북 7개군 '그림의 떡'
정부가 3일 발표한 추경안에는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규모를 현행 3조원에서 6조원으로 두 배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급감한 소비를 회복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상품권 할인률도 10%로 높이고 4개월간 국고 지원율도 기존 4%에서 8%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지원책은 정작 대구·경북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 곳이 5분의 1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료=행정안전부] 2020.03.04 onjunge02@newspim.com |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7일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자체 현황'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전국 243개 기초단체 중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 곳은 50곳이다. 대구광역시는 8개 구·군 모두에서 해당 상품권이 발행되지 않고 있으며, 경북은 도를 포함해 경주시·상주시·문경시·경산시·울진군·울릉군 등 6곳(군위군 1월 이후 발행)이 미발행지역이다.
서울특별시는 서초구·용산구 포함 8개 구에서, 대전광역시는 대덕구를 제외한 4곳에서 상품권이 발행되지 않는다. 강원도는 속초시·홍천군·횡성군 등 6개 시·군, 충청남도는 도를 포함해 천안시·홍성군 등이 미발행지역이다.
미발행 지자체 중 일부는 빨라야 6~7월에야 발행할 수 있어 상품권 보급 일정이 늦춰질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당초 7월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한 달 앞당겨 6월 초나 5월 말에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6월에나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상북도는 경산의 경우 4월 발행이 가능하지만 경주 등 다른 지역은 7월에야 발행된다. 대전시의 경우도 올 7월 2일 지역사랑상품권이 처음으로 발행된다. 서울시도 서초·노원·용산·강서구는 연내 발행 계획이 없고 송파·광진·강남구는 5~6월에야 발행된다.
◆ 소비쿠폰에도 지역사랑상품권 활용…지자체 "당장 쿠폰지급 어렵다"
문제는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저소득층 소비·특별돌봄·일자리 쿠폰에도 지역사랑상품권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유효기간이 있는 상품권을 지급하면 '현금 살포'라는 비판은 줄이고 지역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상품권 보급이 지체될 경우 소비쿠폰 지급도 늦어질 수 있다.
[양양=뉴스핌] 이순철 기자 = 강원 양양전통시장.[사진=양양군]2020.02.11 grsoon815@newspim.com |
이번 추경에서 민생·고용안정 지원용 예산으로 편성된 3조원 중 2조원 이상이 상품권으로 지급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저소득층인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자는 소비쿠폰 4개월치를, 아동수당 대상자는 1인당 월 10만원 상당의 특별돌봄 쿠폰 4개월치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는다.
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는 보수의 30%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수령할 경우 20% 상당의 인센티브가 상품권으로 지급된다. 종합하면 소비쿠폰과 특별돌봄 쿠폰, 일자리 쿠폰으로는 각각 8506억원, 1조539억원, 1281억원이 편성된 것이다.
대구·경북 등 지역사랑상품권을 당장 사용하지 못하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 같은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상품권을 발행하려면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공모절차 등 내부 행정절차가 꼭 필요하다"며 "추경이 통과되더라도 지역사랑상품권이 발행되기 전까지는 쿠폰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지역 여건에 따라 지역사랑상품권을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추경에서 온누리상품권은 불과 5000억원 규모만 추가 발행돼 전체 3조원에 달하는 상품권 수요를 충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행안부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올해부터 도입을 준비하고 있고 시작시점부터 국비 등을 지원할 수 있게 협의 중"이라며 "정확히 어느 시점에 도입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단축하겠다. 그 외 미발행지역도 연내 최대한 발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onjunge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