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학술지 「경제연구」 논문 총 2757건 제목 텍스트 마이닝
"겉으론 고립·폐쇄 외치지만 내부에선 개혁·개방 논의"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북한 학술지 「경제연구」에 실린 논문 제목을 인공지능(AI)의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기법으로 분석해보니 김정은 국무위원장 통치기에 개혁 개방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수현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과 손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9일 「BOK경제연구」에 '북한 「경제연구」로 분석한 경제정책 변화:텍스트 마이닝 접근법' 보고서를 발표했다. 텍스트 마이닝은 AI를 이용해 대규모 텍스트 자료에서 주요 단어들의 사용빈도와 의미 등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자료=한국은행] |
이번 연구는 지난 1988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 학술지 「경제연구」에 실린 논문 제목을 주제어 빈도 및 유사성, 주제 구성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것이다. 북한 관련 기초연구 자료가 부족한 가운데 기존 연구방법으론 내부 변화를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에서 출발했다.
김 과장은 "분석 결과 논문 제목의 유사도에 따라 1기(1988~1998년), 2기(1999~2010년), 3기(2011~2018년)로 나뉘는데 이는 각각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세 통치자의 집권시기와 어느정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역으로 논문 제목을 통해 어느 통치자의 시기인지 추론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 과장은 "논문 제목 한 줄에도 통치자별 시기의 특징이 담겨있다는 것이며, 시기별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시기에는 ▲해외은행제도 ▲화폐유통과 환율 ▲무역이론 ▲국제화 등 폭넓은 주제가 다뤄졌다. 이는 개혁과 개방에 대한 기초연구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북한 사회 특성상 '개혁', '개방' 키워드가 직접 노출되진 않았다.
앞서 김일성 시기엔 농업, 자본주의 체제비판 등 주제가 빈출했고, 김정일 시기에는 자본주의 비판, 식민지 침탈, 생산력 증대 등이 주로 추출됐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기 구분은 64%의 정확도를 보인 한편 김일성과 김정은 시기를 구분할 땐 91%의 가장 높은 정확도를 나타냈다. 즉, 김정은 시기의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다. 김 과장은 "김정은 시기 논문 주제 분석 결과 북한이 외부적으론 폐쇄·고립주의를 내세우는 것 같지만 내부적으론 개혁과 개방을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