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투·하나금투·신한금투 비상장 리서치 확대
당장 수익 기대하지 않지만 장기적 자금조달 니즈 등 대응
정부, 증권사 IB사업의 벤처기업 자금조달 역할 강조
증권사 입장에서 리스크 커…아직 투자 규모는 작아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증권사들이 '비상장주식'에 대한 리서치를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당장 수익원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에 증권사 투자은행(IB)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부터 리서치본부에 비상장주식 전문 연구위원을 배치하고 비상장주식에 대한 리서치 자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본부는 올해부터 비상장주식을 커버할 예정이다.
[자료=DB투자증권] |
이들 증권사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리서치를 제공하면서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비상장주식은 유동성이 좋지 않아 증권사 프랍트레이딩(Prop. Trading) 등 자기자본을 이용한 매매에 적합하지 않다. 다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 벤처 기업의 자금조달 니즈에 대응하는 등 장기적인 투자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상장주식 리서치 제공은 지금 당장의 수익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부에서 벤처나 중소기업 등 비상장사 중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을 지원하고 육성하는데 관심이 많다. 이에 발맞춰 우리도 비상장 기업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다보면 사업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리서치 인력을 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비상장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니즈에 대응하면서 장기적으로 IB 수익 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가 스타트업의 성장과정에서 자금을 공급하는 방법은 벤처캐피털(VC)와 사모펀드(PEF) 출자, 직접 지분투자와 증권 인수 등이 있다. 비상장사가 성장해 상장까지 이어진다면 IPO 주간을 통해 수수료 수익도 꾀할 수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가 자금을 공급하는 방법은 크게 직접투자와 투자자들 자금을 모아 펀드를 설정해서 운용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면서 "VC나 PEF를 결성해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형태로 벤처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있고, 회수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벤처 투자의 경우에는 자기자본을 활용해서 직접 지분투자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증권사는 엔젤투자, 액셀러레이터,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투자를 받은 후에 보다 더 큰 투자가 필요할 때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한다. 엔젤투자자가 5000만원 전후, 액셀러레이터가 1억원 전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2~5억원 전후로 투자한다면 증권사와 사모펀드, 은행 등은 그 이후 5억원 전후의 투자가 필요할 때 등장한다.
정부는 최근 자기자본을 크게 늘리며 성장한 증권업계가 혁신산업과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자금중개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혁신기업의 발굴과 자본시장의 발전을 선도해 나가야 할 IB의 영업이 벤처ㆍ중소기업이 아닌 부동산에 집중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손영채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올해 자본시장 혁신 4대 추진전략 중 2개로 △혁신기업 자금조달 체계 전면 개편과 △증권회사의 자금중개기능 강화를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증권사의 중소·벤처기업 투자는 비중이 크지 않다. 최근 증권업계의 IB 수익을 견인한 것은 부동산PF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자다. 박 연구위원은 "중소·벤처기업 중에는 작고 불안정한 기업이 많아 증권사 입장에서는 위험한 거래니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최소한 성장해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 자금 조달이 막혀 성장애 장애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니 최소한 될 기업은 잘 지원해야겠다는 차원의 얘기"라고 설명했다.
남기윤 DB금융투자 비상장주식 연구위원은 첫 리포트에서 "비상장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투자의 시대에 어울리는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