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인플레이션 40% 상승, 청년실업률 25% 달해
석유 수출 막힌 가운데, 최근 2년 연속 역성장 상태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경제 위기에 처한 이란이 미국과 전쟁을 할 수 있는 여력은 '제로'(0)에 가깝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기 침체에 빠진 이란이 미국과 군사 대결을 벌인다면 통화 가치가 추가 폭락하고 물가 상승률은 더욱 가속해 경제 자체가 붕괴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현재 이란 경제는 2018년 8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플레이션이 약 40%에 육박하고 청년 실업률이 25%를 넘어가는 등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작년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은 9.5%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4.8% 주저앉은 데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란의 주요 자금줄인 원유 수출은 미국의 제재로 가로막힌 상태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작년 12월 이란의 석유 수출이 전무했다고 추정했다.
지난 8일 이란이 미국의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사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며 전쟁 불사 의지까지 드러냈으나 이 같은 경제 상황에 비춰볼 때 이란의 전쟁 여력은 '0'에 가깝다는 설명이 나온다.
무력 충돌을 벌이다가는 대규모 자금 유출이 벌어져 이란 리얄화 가치가 추가로 폭락, 채무 부담이 늘어나 기업들의 줄도산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위태로운 이란 경제가 붕괴 수순을 밟는 것은 자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 은행이 대출을 내준 전체 계약 가운데 약 50%가 연체 상태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 자산의 70%를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이란 암시장에서 달러당 리얄화 환율은 이번 달 한때 14만리얄을 기록했다. 이란 중앙은행의 공식 지정 환율(달러당 4만200리얄)과의 괴리율이 233%에 달한다.
전쟁은 생활고에 직면한 국민들의 '반(反)정부' 감정만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11월 이란 시민들은 정부의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대규모로 펼치다 지난 3일 미군의 솔레이마니를 사살 사건을 계기로 정부 지지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시민의 감정은 일주일 만에 분노로 바뀌었다. 정부가 '오인 격추'를 알고도 이를 숨기려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NYT는 "생활고와 국가 수뇌부의 부패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이란 정권에 실존적 위협으로 떠올랐다"며 "전쟁은 이란 지도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전했다.
미군 무인기에 사살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이 거행된 이란 테헤란에서 추모 군중들이 그의 관을 손에서 손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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