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오일쇼크 영향권 탈피로 이란 석유 공격 불가
"미국 중동전략의 경제적 요인 완전히 유리해졌다"
[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미국이 '중동 화약고'를 터뜨리면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의 중동 전략에서 경제적인 요인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석유 순수출국으로 돌아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중동 발 '오일쇼크'에서 자유로워진 반면 이란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경제적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황이 바뀌자 트럼프가 솔레이마니를 제거키로 결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로켓포를 발사하면서 중동의 화약고가 터지면서 향후 미국은 이런 변화된 전략하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 이란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 공격"...가장 약한 수위의 보복
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실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한 이번 이란의 미사일 공격은 대미(對美) 보복 시나리오 가운데 수위가 가장 약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두 곳에 1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공격한 것은 검토 중인 보복 시나리오 중 수위가 가장 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이란의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국가안보회의는 미군이 지난 3일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13개의 대미 보복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은 이번 작전의 이름을 '순교자 솔레이마니'로 지었을 정도로 강경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만약 역내 미국 동맹국들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그들 역시 공격 받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보복은 이번 한 번만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CNN은 혁명수비대가 "미국이 보복 대응할 경우 미국 내에서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은 전쟁과 지역의 불안정을 추구하지 않지만 우리의 권리와 주권을 수호하는데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 공격을 수 차례 예고해 왔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참모들과 함께 연설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 연설문을 통해 대(對)이란 공격 수준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보복에는 공격으로" 맞대응 하겠다고 강조했던 만큼 군사 충돌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미 국방부는 B-52 폭격기 6대를 인도양 내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로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한 외신들은 B-52 폭격기들은 지시가 내려지면 대(對)이란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트럼프 정부처럼 우호적인 여건 없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는 전임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는 각각 이란의 사령부 지휘관인 거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할 것을 고려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방아쇠는 당기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전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를 제거할 수 있었던 요인을 달라진 경제 상황에서 찾았다. 한마디로 오바마나 부시 정부 때와는 달리 트럼프 정부의 상황은 매우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우선 최근 미국은 에너지 부문의 발전으로 이란의 영향 즉 오일 쇼크를 막아주는 갑옷을 확보했다. 반면 이란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면서 경제 상황이 거의 붕괴돼 미국에 대항할 능력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난 2019년 9월은 미국에게 의미가 큰 시점이었다. 미국이 1940년대 이후 처음으로 석유 순수출국으로 변신했다. 글로벌 유가 상승은 이제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엄청난 상황 변화다. 이란은 더 이상 유가를 무기로 미국과 대립할 수 없는 것이다.
오바마도 부시도 누리지 못한 호사를 트럼프는 누리게 됐다. 트럼프는 더 이상 언제 머리위로 칼이 떨어질 지 모르는 '데모클레스의 검'의 위험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중동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최초의 대통령이 된 셈이다.
지난 9월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으로 유가가 급등할 때 트럼프는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에너지 잘해 왔기 때문에 석유 순수출국이 됐다. 더 이상 우리는 중동 석유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트윗을 날렸다.
비록 솔레이마니의 죽음이 이란 국민들로 하여금 한동안 단결하게 하겠지만, 과거와는 달리 이란의 보복행위는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중시켜 이란 정부에게 엄청난 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이미 이란은 경제성장이 멈춘 것이 아니라 하락 추세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에 이란은 GDP가 9.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래서 테헤란은 다른 치명적인 희생을 감수하지 않으면서 술래이마니 제거에 대한 보복을 할 자금이 없다.
외환부족과 인플레이션은 서로 부추기는 관계에 있다.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2018년 재개된 이래 이란통화 리얄은 급격하게 가치가 하락했다.
이에 따라 물가는 두 배 이상 올랐다. 이후 이란 중앙은행은 물가상승에 대한 데이터 공개를 중단했다. 2019년에도 50%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겪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지난 11월 이란 통계청은 이란력으로 6∼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79.1을 기록해 전년 동기와 비교해 48% 올랐다고 밝혔다.
오바마와 부시, 그리고 트럼프. 3명의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역시 국가안보전략이었다.
경제안보도 국가안보라는 점에서, 트럼프는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달라진 상황을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미군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8.1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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