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아시아 선진국인 한국과 대만에 올해 중국발 한파에 철저히 대비함과 동시에 일본의 경제 정책 실패를 답습하지 않도록 섬세한 재정 및 통화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WSJ는 전 세계 헤드라인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 추이에 집중돼 있지만 정작 아시아 경제는 중국 국내 경제 악화 양상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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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2019년 한 해의 마무리를 앞 둔 서울 남산타워 뒤로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2019.12.31 dlsgur9757@newspim.com |
상당수 신흥국이 미국 금융 사이클과 긴밀히 맞물려 있는 것처럼, 아시아의 제조업 강국들은 중국의 실물경제 사이클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WSJ는 아시아에서도 경제 발전 수준이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과 대만이 향후 수년 간 중국의 경제성장세 둔화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는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현명하고도 섬세하게 운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경제 정책이 자국 정책을 결정해버리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2015년 부가가치 기준 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 수출의 33.7%와 대만 수출의 43.8%가 중국으로 향할 정도로 양국은 중국과의 무역에 공급망이 단단히 얽혀 있다.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하는 2020년 한국과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2.2%와 1.9%로 선진국 기준으로는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15년만 해도 선진국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양국의 경제성장세는 크게 둔화된 것이다.
게다가 IMF의 이러한 전망마저 중국이 5.8%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제시된 것이다. 중국 경제성장세가 이보다 급격히 둔화되면 한국과 대만은 중국발 매서운 한파를 피할 수 없다.
미국의 관세 공격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출 규모는 전년비 큰 변화가 없었으나 수입은 5% 가량 줄었다. 내수가 약화됐다는 의미로 이는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막대한 한국과 대만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중국발 한파는 단지 무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매년 수백만 명의 '요우커'들이 한국과 대만을 찾는데, 중국 경제가 악화되면 관광객도 크게 줄어든다.
WSJ는 한국과 대만의 재정 및 통화정책 책임자들이 경제 중력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수년 간 꾸준한 경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과 대만의 현행 기준금리는 각각 1.25% 및 1375%로 추가 인하 여지가 많지 않다. 따라서 경기부양은 재정정책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40%를 넘지만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WSJ는 한국과 대만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경기대응 부양책을 비일관적으로 운용했고 경제가 겨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반복되는 세금 인상으로 새싹을 밟아 결국 실패한 재정정책으로 기록됐다고 WSJ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대만은 주의 깊은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중국발 한파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