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받던 중 조합장 사망했는데 징계절차
유족들 "방어권 보장 안 되는데 징계라니"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이미 숨진 사람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고 그 결과를 유족에게 통보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중앙회)는 지난 2017년 지역조합장 A씨를 상대로 횡령 의혹 등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농협중앙회는 A씨가 '조합원에게 경조사비를 이중지급 하거나 회의비를 규정에 맞지 않게 집행했다'는 비위 내용을 확인한 뒤 A씨에게 면담 조사 날짜를 통보했다. 그러나 A씨는 면담 조사를 하루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농협중앙회 사옥 전경 [사진=농협중앙회] 2019. 11. 07 judi@newspim.com |
그럼에도 농협중앙회는 감사를 계속한 뒤 조합감사위원회와 이사회 등의 심의를 거쳐 A씨에 대해 징계를 결정하고 관련 통지서를 유족들에게 발송했다. 통지서에는 조사내용과 징계결과, 변상액 등이 담겨있었다.
이에 A씨 자녀는 "아버지가 사망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원천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농협중앙회가 아버지를 생존 퇴직자로 간주하고 사건을 처리해 망인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유족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줬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인권위에 "감사 과정에서 적발한 사항이 A씨 개인에게만 한정된 사항이 아니었고 손해배상 등의 문제가 있어 사망을 이유로 감사 및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농협중앙회 측이 비위행위의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A씨에 대해 징계절차까지 진행한 것은 이를 넘어선 불필요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이 같은 행위가 사망자의 명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유족의 명예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행위라고 봤다.
인권위는 이를 바탕으로 농협중앙회장에게 재직 중 사망자에 대해서는 징계절차 및 통지가 진행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업무 매뉴얼을 개선해 각 지역조합에 알릴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죽은 후에도 자신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중대한 왜곡으로부터 보호돼야만 한다"며 "징계 등으로 인한 망인의 사회적 평가 하락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진행할 때는 특별한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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