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과 인터뷰 "바로 다음 대회에서 사과하려 서울역까지 갔으나 발걸음 안떨어져"
내년 KPGA투어에 못나가지만 일본·미국 2부투어나 아시안투어 등지엔 출전 가능…
金 "곧 태어날 딸을 위해서라도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겠다"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프로골퍼로서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깨달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골프를 그만둬야 할까도 생각했던 저에게 골프를 다시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뿐만 아니라 세계 골프계에서도 화제가 됐던 김비오(29)가 일본의 한 골프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비오는 최근 일본 골프다이제스트 기자와 만나 지난 9월29일 KPGA투어 DGB 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최종일 16번홀에서 겪은 악몽과 같은 일과 그로 인한 징계, 지금의 심경과 앞으로 계획 등을 얘기했다.
김비오가 이달초 열린 JGTO 퀄리파잉 토너먼트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퍼트라인을 살피고 있다. 김비오는 20위 안에 들지 못해 내년 JGTO 시드를 받지 못했으나 2부투어에는 나갈 수 있게 됐다. [사진=GDO] |
김비오는 당시 드라이버샷을 하던 도중 갤러리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소리에 놀라 샷이 뜻대로 되지 않자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KPGA는 당초 김비오에게 '출전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으나 얼마 후 '출전 정지 1년 및 120시간의 봉사활동'으로 그 수위를 낮췄다. 김비오는 2020년 KPGA투어에 출전하지 못한다.
2008년에 한·일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석권하고 2011년에 미국PGA투어에 진출해 활약하기도 한 김비오로서는 선수생활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 할만큼의 중대기로였다.
더욱 KPGA투어의 징계는 미국·일본·아시안투어 등에도 연좌된다. 다행인지 한국 외 다른 투어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 그는 2020년에 한국 외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미국PGA투어에서는 케빈 나의 중재로 내년 1월 중순까지 대회에 나갈 수 없다고 알려왔다. 어차피 미국PGA투어 시드가 없는 김비오에게는 큰 의미는 없다. 그 후엔 콘페리(2부)투어나 PGA투어-차이나 등의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아시안투어도 내년 1~2월에 열리는 퀄리파잉 스쿨에 응시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일본골프투어(JGTO)는 이달초 퀄리파잉 토너먼트 파이널 스테이지를 했기에 그에 앞서 김비오는 JGTO를 방문해 선처를 바랐다. JGTO 규정에는 '해외 투어에서 내린 출전 정지나 영구 추방 등의 징계는 JGTO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돼있다.
김비오는 협회 간부와 면담에서 그 때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하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김비오는 "당시 내 감정이 폭발했다. 죄송하다. 프로골퍼로서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교훈을 절감했다."고 호소했다. JGTO에서는 김비오에게 퀄리파잉 토너먼트 출전을 허락한 대신 내년 출전 자격이 있는 첫 대회 하나만 출전 정지를 시키는 선에서 징계를 마무리했다.
김비오는 퀄리파잉 토너먼트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39위를 기록한 바람에 20위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내년 JGTO 출전 시드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아베마TV(2부)투어 출전은 할 수 있다. 김비오는 "골프를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김비오는 문제의 사건이 일어난 후 바로 그 다음주 대회(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가서 사과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대회장(경남 김해 정산CC)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에 도착했으나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듯한 느낌과 공포심 때문에 도저히 갈 수 없어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털어놓았다.
"저에게 각각의 샷은 일생에 한 번 있는 것입니다. 갤러리들도 골프대회 관전이 일년에 한 번, 일생에 한 번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선수를 촬영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없을 지 모른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선수와 갤러리의 이해가 딱 맞닥뜨리는 지점에서 김비오의 돌출행동이 불거진 것이다. 여느 골프대회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김비오는 여전히 고개를 숙였다.
2019 KPGA 코리안투어 미디어 가이드북에 김비오는 '대회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선수로 유명하다'고 적혀 있다. 김비오에게 곧 딸이 태어난다고 한다. '새 가족을 위해서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 김비오의 다짐이다. ksmk7543@newspim.com
일본 골프전문 매체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비오. 김비오는 2008년 한국과 일본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석권한 후 그 이듬해 JGTO에서 프로골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사진=G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