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상승
선진국·신흥국 대부분 20% 내외 수익
한국은 동남아와 함께 최하위권 머물러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글로벌 증시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익률을 달성하면서 국내 해외주식형 펀드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펀드는 물론 러시아, 중국 등 신흥국 펀드 역시 대부분 20% 이상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한국은 10%를 밑도는 성적을 기록해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순자산액 10억원 이상, 운용기간 2주 이상인 해외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 24.36%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러시아 주식형펀드가 36.50%로 해당 기간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러시아 RTS 지수가 올 들어서만 50% 가까이 상승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RTS 지수는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 따른 국내외 투자자금 유입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제수지 개선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상승 추세는 연중 내내 이어졌고, 지난 25일에는 1549.52로 마감해 52주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1년 넘게 무역갈등을 벌인 중국과 미국(북미)주식도 나란히 30%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주식형펀드는 30.91%, 북미 주식형펀드는 30.07%로 러시아에 이어 2위와 3위에 올랐다. 중국의 경우 최근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나 1분기 급등이 연간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미국 역시 높아진 경기 둔화 우려에도 연방준비제도(Fed)의 3차례 금리 인하를 바탕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머지 국가들 역시 20%대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태평양주식(일본 제외)가 28.15%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유럽신흥국(26.16%), 유럽(25.00%), 브라질(24.39%), 아시아신흥국(22.32%) 등이 연중 내내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연간 수익률 20%에 육박한 일본(19.49%)까지 포함하면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높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세계 지수가 23.7% 상승하며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이 13배에서 16배로 상승하는 등 밸류에이션 확장만으로도 글로벌 증시 상승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한국에 투자되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7%에도 미치지 못해 동남아주식(5.00%)에 이어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IT 섹터가 강세를 보였지만 헬스케어, 유틸리티, 소재 등 나머지 부문이 역성장하며 지수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4월 2250선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돌파했으나, 이후 급등락을 거듭하며 현재 2200선 밑에서 거래중이다.
이에 대해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 CIO는 "미중 무역분쟁 등 비경제적인 변수가 부각되면서 글로벌증시 대비 디스카운트됐다"며 "하반기 들어 외국인 수급마저 나빠지면서 투자자들에게 쉽지 않은 한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무역협상 이슈가 1월초 일단락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될 경우 글로벌 머니무브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흥국 내에서도 이미 많이 오른 러시아, 브라질 대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았던 한국, 인도, 동남아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
MSCI 신흥국(EM) 통화지수 및 달러 인덱스 추이 [자료=블룸버그(Bloomberg), 미래에셋대우] |
권히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와 완화적인 미국의 금융환경이 신흥국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으로 확산된 글로벌 교육 부진이 완화되며, 신흥국의 수출 및 경기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창인 KB증권 연구원도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타결, 노딜(No-Deal)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로존 탈퇴) 우려 완화, 경기선행지수 반등으로 신흥증시에 대한 하방압력이 사라진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중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상승탄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