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비경제적 변수 소멸
"달러 약세시 한국 등 신흥국 주식 매력 커져" 전망
업종은 IT반도체·종목은 삼성전자 '추천'
[서울=뉴스핌] 김민수 이현성 기자 = "금융시장이 발전할수록 한 국가의 주가지수는 경제성장률과 유사한 흐름을 보입니다. 하지만 코스피는 10년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활동성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한국경제가 전혀 성장을 하지 못했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2020년에는 그동안 디스카운트(할인)됐던 한국증시의 매력이 재차 부각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 CIO가 18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2020년 한국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근 2년간 글로벌증시 대비 부진이 지속됐던 만큼 단순히 기저효과로만 살펴봐도 상승 모멘텀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부문장. 2019.12.18 mironj19@newspim.com |
◆"비경제적 변수 일단락" 억눌린 밸류에이션 매력↑
전경대 CIO는 "미중 무역분쟁 등 비경제적인 변수가 부각되면서 한국 주식시장 전체가 디스카운트됐던 게 사실"이라며 "하반기 들어 외국인 수급이 좋지 않았고, 이에 따른 투자심리마저 약화돼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힘든 한해가 됐다"고 진단했다.
연초 2000선 부근에서 출발했던 코스피는 현재 2200선 부근에서 거래되는 등 연간 기준으로 10% 내외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4월 중순 2250선까지 올랐던 지수가 3개월 넘게 조정을 받아 1900선 밑으로 빠지는 등 부침을 겪었다. 11월 이후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EM) 리벌런싱으로 외국인이 연일 매도해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시장참여자들의 투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이슈가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그동안 주가 반등을 억누르던 수급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와 시장을 이끄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관계와 같은 정치적 변수가 닥치면 사실상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문제는 시장의 심리인데, 최근 미국과 중국의 1단계 합의로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수급 회복의 트리거(Trigger;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중간 1단계 무역합의 기대감이 높아진 지난 6일 이후 코스피는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합의 소식이 전해진 13일에는 하루에만 외국인과 기관이 1조원 가까이 순매수하고, 지수도 3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반도체 턴어라운드 진행중...삼성전자 '톱픽'
구체적으로는 IT반도체, 세부 종목으로는 삼성전자가 지수 반등을 이끌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CIO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꽤 많은 부분을 차치하는 IT,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반도체 업황이 조정을 마무리하고 재차 상승 사이클로 턴어라운드하고 있다"며 "D램 가격이 아직 반등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미 실적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등 이미 변화의 조짐이 발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가격 자체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산업군 내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당장 낸드(NAND), D램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과 후발업체 간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부문장. 2019.12.18 mironj19@newspim.com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대장주이자 국내 시가총액 1·2위에 올라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12월에만 두 자릿수 이상 급등세를 보이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지적재산권 문제가 주된 화두로 떠오를 것 역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중국에 대한 지적재산권 규제가 강화되면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더 커진다. 결국 반도체 업종에 대한 외국인들의 수급은 더욱 한국기업으로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시장을 이끌만한 업종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 CIO는 "미국의 경우 4차산업혁명 등으로 IT 중심의 기술주 중심으로 완전히 변모했지만 한국은 이제 막 새로운 경제 구조로 서서히 재편돼 가는 중"이라며 "현재로썬 자동차, 온라인 플랫폼, 컨텐츠, 은행 등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당장 내년에 유의미한 반등을 이끌어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달러 인덱스 흐름 주목하고 분산투자 세분화하라"
내년에 주목해야 할 주요 경제변수로는 달러 인덱스를 첫 손에 꼽았다.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긍정적 여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달러 인덱스의 향방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 나아가 한국증시 반등 여부를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 CIO는 "패시브 전략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자금의 한국시장 귀환 여부는 달러 흐름이 결정할 것"이라며 "달러 인덱스가 고점에서 버티면 미국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되고, 약세로 돌아서면 신흥국을 비롯한 한국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 역시 외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당장 연기금을 중심으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달러 인덱스의 흐름을 지겨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투자 전략과 관련해선 일단 한국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을 추천했다. 다만 단순히 한국시장에 대한 비중 확대, 축소 여부보다는 시각을 넓혀 자산배분 대상을 더욱 세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CIO는 "분산투자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한국을 포함한 위험자산 쪽에 무게를 주면서도 최근 투자 트랜드에 발맞춰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분산투자를 확대해 나가는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