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12일(현지시간) 영국 조기 총선의 날이 밝았다. 영국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650개 선거구에서 약 4만개의 투표소가 이날 오전 7시부터 열리며 4600만명의 유권자들은 하원의원 선출을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이번 총선 결과는 3년간 질질 끌어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향방을 판가름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어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선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집권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물론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 및 다른 주요 정당 대표들은 영국 전역을 누비며 막판 총선 유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유세 기간은 지난 6주간 이어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2일 총선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유세 현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19.12.11. [사진=로이터 뉴스핌] |
존슨 총리는 확실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 브렉시트를 밀어 부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BBC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오전 웨스트 요크셔 지역에서 직접 우유 배달하며 선거운동을 시작, 밤늦게까지 강행군을 이어갔다.
그는 "보수당이 확실한 과반을 장악해야 브렉시트 논란을 잠재우고 이를 추진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재현되면 영국은 물론 브렉시트는 모두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헝 의회는 제1당의 의석수가 과반의석에 미치지 못해 의회의 주도권이 표류한 형태를 뜻한다. 브렉시트는 물론이고 어떠한 법안이 의미있는 표차로 통과될 가능성이 작아 안정적인 의회운영이 어렵다.
존슨 총리는 보수당이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EU와 내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의 선거 슬로건도 "브렉시트를 마무리 짓자"(Get Brexit Done)다.
한편, 노동당의 코빈 대표는 보수당의 무리한 브렉시트 추진을 비난하고 '2차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국민보건서비스(NHS) 질 향상을 주요 의제로 내세웠다. 보수당은 수년간 집권하면서 재정지출에 인색해 NHS를 비롯한 공공부문을 위축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여론조사 결과 보수당 승리…노동당과 '격차'가 핵심
이번 총선 결과는 존슨 총리가 바란대로 보수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쥘까. 여론조사는 '보수당이 살짝 우세하다'에서 '보수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나뉜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텔레그래프의 의뢰로 실시된 '사반타콤레스'(Savanta ComRes)의 여론조사 설문에 따르면 보수당이 41%로 이전 설문 때와 변함이 없었지만 노동당이 3%포인트(p) 상승한 36%로 격자가 5%p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고브 등 다른 조사 기관들은 보수당의 단독 과반을 예상하고 있다. 로이터는 같은날 다른 세 개의 조사기관은 보수당의 단독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며 노동당과 격차가 크다고 전했다.
현재 보수당이 간신히, 혹은 압도적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란 여론조사가 나온 가운데 예상이 빗겨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총선 결과를 대표적 시나리오로 나누고, 각 시나리오에서 브렉시트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해봤다.
◆ 보수당의 압도적인 승리…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승인
보수당이 하원 전체 650석 중 과반인 326석을 차지한다는 시나리오다.
영국에서는 하원 의장과 3명의 부의장은 표결권이 없음으로 이를 제외하면 324석이 실질 과반이다.
애초에 조기 총선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의회의 분열로 소모되고 있는 시간과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존슨 총리가 띄운 승부수였다. 의회 해산 전 하원은 △보수당 298석 △노동당 244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 35석 △자유민주당 19석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 10석 등으로 구성됐었다.
보수당이 324석 이상 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추진에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보수당 의원들 모두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안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원만한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비준이 예상된다. 빠르면 크리스마스 이전에 의회 승인 투표가 진행될 수 있다.
◆ 작은 격차로 보수당 승리
보수당이 약 320석 미만으로 승리하게 되거나 노동당과 큰 격차 없는 의석수를 차지하게 되면 의회 해산 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가결시키려면 완전한 연정을 구성하거나 '신임과 공급'(confidence and supply' 협약의 연정을 구성해야할 것이다. 실제로 보수당은 2010년에 자유민주당과 손잡은 바 있으며 2017년 6월에는 북아일랜드의 지역정당 민주연합당(DUP)과 협력해 간신히 과반수를 넘긴 바 있다.
문제는 이번에는 누구와 손을 잡느냐다. 보수당은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비준 실패 과정에서 DUP와 연정이 무너진 상태다. DUP는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총선을 하루 앞두고 런던서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다. 2019.12.11 [사진=로이터 뉴스핌] |
보수당이 어떤 당과도 손을 잡지 않은 채 정부를 구성할 수 있지만 헝 의회다.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승인나기가 어려워진다. 영국 정부가 1월 31일 무질서한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려면 EU에 추가 기한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
◆ 코빈 대표 주도의 '헝 의회'
노동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보수당과 의석수 격차가 크게 나지 않을시 연정 구성을 모색할 수 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노동당은 스코틀랜드 국민당(SNP)과 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 이밖에 녹색당, 웨일스 민족당 등 소수정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
노동당은 EU와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을 협상한 뒤에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모든 과정이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의 시간만큼 더 소요될 수 있다. 그러나 보수당의 반대에 부딪칠 것이기 때문에 EU에 브렉시트 기한 추가 연기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영국 총선의 조기 결과는 영국시간으로 12일 밤 10시 30분(한국시간 13일 오전 7시 30분)에서 자정(13일 오전 9시) 사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결과는 13일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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