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현장 뛰는 CEO
'낮은 변동성·꾸준한 수익' 맞는 공모상품 구상
2020년 해왜 인프라 자산에 무게중심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공모펀드에 투자해서 돈 다운 돈을 번 투자자가 없다고들 합니다. 이번에는 괜찮겠지 하고 들었다가 역시나 하고 실망하고. 자산운용사가 믿고 가입할만한 상품을 내놔야 투자자들이 다시 공모펀드 시장으로 돌아옵니다."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뉴스핌·월간ANDA와 인터뷰에서 '공모펀드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 2019.11.27 alwaysame@newspim.com |
김 대표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꾸준한 수익을 내면서, 변동성은 낮은 펀드를 설계할지'다.
"지금 투자자들은 확정 금리형 상품을 선호합니다. 시중금리보다 조금 더 수익을 안겨 주는 안정적인 펀드를 원하죠."
김 대표가 찾은 해법은 '글로벌'과 '멀티 에셋(채권·주식·통화·원자재·리츠·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 편입)'이다. 한 펀드에 글로벌 주식·채권·대체자산을 고루 담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나의 자산군에만 투자하는 펀드로는 '시중금리 이상의 안정적 수익'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해외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에 분산 투자해 포트폴리오 안에서 자산군끼리 변동성을 상쇄하는 효과를 만들어야죠. 20~30% 고수익을 낼 수는 없겠지만, 안정적으로 시장금리 보다 높은 수익을 낼 방법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강조해왔다.
"투자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변동성입니다. 그런데 한국 주식시장은 대외변수에 크게 흔들립니다. 미중 무역갈등, 북한 미사일 발사, 한일관계 악화 이슈에 출렁이죠. 국내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상품만으로는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해외로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김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지난해 10월 키움운용이 야심차게 선보인 공모상품 '키움 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얼터너티브펀드)'는 1년만에 투자금 4000억원을 모았다. 해외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골라 담은 재간접 펀드다. 설정 후 수익률은 16%대(지난달 27일 기준)다.
"얼터너티브펀드는 담당 매니저가 글로벌 금리, 채권 일드(수익) 방향에 맞춰 종목을 교체합니다. 변동성은 5% 미만으로 낮게 유지하면서, 수익률 그래프는 45도 방향으로 우상향하도록 한다는 게 운용전략입니다. 기존 펀드를 보완한 2호 펀드도 준비 중입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 2019.11.27 alwaysame@newspim.com |
◆ "사장이 영업하면 효과 달라"...내년 무게중심은 해외 부동산보다 인프라
키움운용의 영업전략 변화도 힘을 보탰다. 김 대표는 지난해 초 리테일(개인고객 부문) 영업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기존 영업 방식은 은행, 증권 등 펀드 판매사에 상품을 거는데 머물러 있었다. 여기에 개별 프라이빗 뱅커(PB)를 직접 찾아가는 영업을 추가했다.
"은행, 증권사 할 것 없이 하이넷월스(고액 자산가)를 관리하는 PB 300명을 추렸습니다. 영업직원들이 최소 200등까지는 일일이 찾아갔습니다. 1년 반 동안 전국 지점을 돌아다녔죠. PB들이 고객에게 상품을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매일 펀드 수익률 코멘트를 보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얼터너티브펀드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통'이다. 1995년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에 입사한 뒤 23년 간 영업과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지금도 영업현장을 뛰는 최고경영자(CEO)다.
"1주일에 3일은 고객과 저녁식사를 합니다. 기관 투자가를 상대하는 큰 영업은 제가 직접 챙깁니다. 필요할 땐 리테일 영업도 실무자와 함께 나갑니다. 사장이 영업하면 효과가 다릅니다. 대표이사가 이번 계약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걸 거래처에 각인하는 방법이죠."
내년 주요 투자처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해외투자, 대체투자다. 무게중심은 해외 부동산보다 인프라 자산에 뒀다. 글로벌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해외 부동산 투자는 올해보다 더 신중하게 집행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선진국 중심업무지구(CBD) 안에 있는 건물 위주로 투자 건을 살필 예정입니다. 부동산 수요가 상존하는 맨하탄, 런던, 홍콩, 싱가포르 같은 곳들이죠. 수요가 있는 곳은 부동산 가격 조정이 와도 가격을 다시 회복하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프라 투자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구상도 끝냈다. 올 연말 인프라팀을 본부로 분리 독립하고, 기존 2개 팀을 6개 팀으로 확장한다.
◆ 운용사 본분은 크레딧 리스크 관리...해외 부동산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해외 부동산 리스크 관리 체계도 갖췄다. 투자한 건물의 임대료 지급 현황, 건물 가격 변화 추이 등을 색깔별로 표시한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해외 부동산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각 항목별 위험도를 나타내는 색이 모두 파란색이면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노란색은 경고 신호입니다. 빨간색이 보이면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죠. 현지에 담당 직원을 보내 문제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합니다."
취임 후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인력도 대폭 늘렸다. 크레딧 리스크(신용 위험)가 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고객 돈을 신탁하는 운용사의 본분은 크레딧 리스크 관리라는 게 김 대표의 철칙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 2019.11.27 alwaysame@newspim.com |
인수합병(M&A)을 통한 운용자산 확대 전략도 가지고 있다. 내년에도 어떤 운용사든 매물로 나오면 M&A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목표는 영업이익 20% 성장이다. 키움운용의 올해 영업이익은 약 260억원이다. 연초 사업계획 목표치인 250억원을 뛰어넘었다.
운용보수가 낮은 채권펀드 위주였던 운용자산을 해외 대체투자 펀드로 확대하는 체질개선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키움운용의 전체 운용자산 41조원 중 대체자산은 6조4000억원이다. 25조원에 이르는 채권자산과 비교하면 1/4 수준이지만, 올해 대체투자 부문 수익은 채권 부분을 앞질렀다.
새로운 공모펀드도 준비 중이다.
"운용사는 좋은 펀드를 고객에게 전달해줘야 합니다. 해외 10년 장기투자 프라이빗에쿼티펀드 중에 연 20%대 수익을 내는 펀드가 많습니다. 이런 펀드를 투자자들이 일일이 찾아 가입하는 건 어려운 일이죠. 이런 펀드를 국내 공모상품으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10년짜리 폐쇄형 펀드이기 때문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법 등을 공모상품에 맞도록 하는 방안들을 찾고 있습니다."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 약력
△1966년 출생
△1985년 용산고 졸업
△1991년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졸업
△1994년 미국 테네시주립대 경영전문대학원(MBA)
△1995~2008년 동부증권 법인영업팀장
△2008~2014년 키움증권 홀세일총괄본부 이끌고
△2014~2017년 키움투자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
△2018년~현재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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