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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통행금지령 소문 돌며 시위 학생들 전투 태세

기사입력 : 2019년11월14일 20:16

최종수정 : 2019년11월14일 20:26

[홍콩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오는 주말 통행금지령을 내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위 학생들이 각 대학에서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은 도시 기능이 나흘째 마비 상태고 홍콩 유치원 및 초·중·고·대학 80만 학생에게 휴교령이 내려졌다. 시위대는 도로의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지르고 경찰서와 열차에 화염병을 던지며 쇼핑몰 등을 습격하고 있다.

홍콩 중문대학에서 학생이 활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수천 명의 학생들은 대학교 캠퍼스를 요새로 삼아 벽돌, 철봉,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염병뿐 아니라 활과 창, 임시로 만든 무기 등으로 무장하고 경찰과의 대치에 대비하고 있다. 학생들은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바닥에 식용유를 뿌려 놓기도 했다.

홍콩 경찰 측은 중문대학교가 '무기 제조 장소'가 되고 있다고 지목했다. 또한 이날 오전 홍콩폴리텍대학에서는 경찰을 향해 실제 활이 날아들었다고 전했다.

홍콩 중심가에서는 검은 두건을 쓴 수백 명의 시위대가 홍콩 섬과 카오룽을 잇는 크로스 하버 터널 입구와 카오룽과 신계 지역 사이의 고속도로 등을 봉쇄하고 있다.

경찰은 터널 인근에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으나, 도로에는 여전히 벽돌 등 시위대가 남겨 놓은 잔해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 학생은 로이터 통신에 "활을 쏠 줄도 모르고 쏠 준비도 안 돼 있지만 경찰이 실탄으로 공격해오는 상태에서 다른 방법이 없다면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 매체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가 14일(현지시간) 홍콩 정부가 오는 주말 통행금지령을 내릴 것이라는 트위터 게시물을 올렸다가 삭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후시진(胡希金)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은 이에 대해 "관련 정보가 어떻게 입수했는지 확인한 결과, 통행금지령에 대한 단독 보도를 뒷받침할 만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게시글 삭제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통행금지령이 조만간 내려질 것이라 예상하고 이를 위반하는 시위대를 체포하려는 경찰과의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홍콩 시위는 지난 4일 시위 현장 인근에서 추락해 뇌사 상태에 빠진 학생이 8일 사망한 뒤 급속도로 격화됐다.

당초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시작했던 평화 시위는 점차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확산되면서 시위대가 경찰의 과잉진압을 문제 삼는 양상으로 전환되며 충돌이 더욱 과격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교도소 폭동진압 전문 대원들로 구성된 정예요원들이 홍콩 주요 장소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복수의 경찰 소식통을 인용,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이번 주 경찰청장에게 '특수경찰'(special constables)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관련 법에 따라 이같은 전례 없는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화 시위를 이끄는 타냐 찬 의원은 "폭동진압 대원들을 배치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왜 긴장을 완화하는 대신 갈등을 고조시키는 조치만을 취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콩 중문대학에서 시위대가 화염병을 만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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