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종시계, 보험증서 등 부국원 관련 자료 다양…시민에 공개 예정
[수원=뉴스핌] 최대호 기자 = 일제강점기 수원 부국원(富國園)에 있던 벽걸이 괘종시계가 80여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다.
경기 수원시는 최근 영통구에 거주하는 A씨로부터 부국원 관련 유물 140여점을 기증받았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1926년부터 1940년대 후반까지 부국원에 근무했던 故 이모씨의 손자다.
일제강점기 부국원에서 사용했던 괘종시계(1938~1939년 제작 추정). [사진=수원시] |
수원 출생인 A씨의 할아버지는 신풍초등학교와 화성학원(수원고등학교 전신)을 졸업한 후 1926년 부국원에 입사해 20여 년 동안 근무했다. 성격이 워낙 꼼꼼해 근무하는 동안 주고받은 서류를 버리지 않고 모아뒀고, 부국원이 문을 닫은 후에는 집에 보관했다.
20여 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유품을 보관했던 A씨는 얼마 전 우연히 '수원 구 부국원' 앞을 지나가다가 부국원 건물이 전시관으로 바뀐 사실을 알았고, 전시관에 부국원 관련 유물이 적은 것을 보고, 할아버지 유품을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소중한 할아버지 유품이 다시 빛을 보게 돼 기쁘다"고 기증 소감을 전했다. '기증자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했다. 길영배 수원시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지난달 23일 이씨에게 기증 증서를 전달하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기증 유물은 연구·전시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가장 눈에 띄는 유물은 당시 부국원에서 사용했던 괘종시계(1938~1939년 제작 추정)다. 일본 야마토(大和)사 제품으로 태엽장치 시계다. 보관 상태가 양호하다.
또 '부국원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발행한 보험증서, 거래 검수서, 부국원 야구부 운동기구 구입 영수증, 부국원 수취 엽서·봉투, 일제강점기 우표 등 부국원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이 있다.
거래 검수서에는 부국원이 함경북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 농회와 거래한 농산물 내역이 담겨있다. 당시 부국원 경제 사정과 농업 구조까지 파악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시는 기증받은 유물에 대해 보존 처리·자료 해제 작업 등을 거친 후 시민에 공개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1930~40년대 종자·종묘 거래 내역 등 당시 부국원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희귀한 자료를 기증해주셨다"며 "지속해서 자료를 발굴해 부국원 연구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1930년대 부국원 모습. [사진=수원시] |
1923년 건립된 부국원 건물은 종묘·농기구 회사였던 ㈜부국원의 본사로 해방 전까지 호황을 누렸다. 부국원은 수원에 본점을 두고, 서울 명동과 일본 나고야에 지점을, 일본 나가노현에는 출장소를 둔 대규모 회사였다.
한국전쟁 이후 수원법원·검찰 임시청사(1952~1956년), 수원교육청(1950년대 말~1963년), 공화당 경기도당 당사(1970년대) 등으로 활용됐다.
1981년부터 '박내과 의원'으로 오랫동안 사용했다. 개인소유였던 건물이 개발로 인해 2015년 철거 위기에 놓이자 수원시가 매입해 복원했다.
구 부국원 건물은 2015년 국민문화유산신탁의 시민이 뽑은 지켜야 할 문화유산 12선에 선정되고, 2017년 10월에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698호로 지정되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시는 2016년 복원계획을 수립해 전문가 자문 아래 원형조사·복원공사를 했고, 지난해 11월 '근대문화공간 수원 구 부국원'을 개관했다. 수원 구 부국원 1~2층은 상설전시관, 3층은 교육공간·사무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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