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차산업"
현대·기아차와 경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편집자]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내에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 외국계 완성차 3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국산차도 수입차도 아닌 어정쩡한 브랜드 파워를 지적합니다. 또 떨어지는 제품 경쟁력을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하기도 합니다. 해외 본사로부터는 불안정한 노사 관계와 비싼 노동력을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외국계 완성차 3사의 현황을 진단하고 돌파구를 모색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한국지엠(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의 부진 원인은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결이 다르다. 수출과 내수 비중이 어떤가에 따라 해법도 달라진다.
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르노 본사로부터 내년 닛산 로그 후속 모델(캐시카이)을 배정받지 못한 반면, 한국지엠은 내년 쉐보레 준중형급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기로 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 부평 공장에서 생산해 내수 판매는 물론, 미국 등으로 수출되는 GM의 글로벌 전략 모델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최근 노조 파업 등으로 인해 회사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글로벌 GM 계획에 따라 한국지엠도 신차 출시 등을 준비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새로운 CUV 등 생산도 계획대로 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한 '철수설'을 거듭 일축했다. 한국지엠 회생 계획에 따라 생산과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대안이 없다. 위탁생산하는 물량이 중단되면서 내년에는 답이 없게 됐다. 원하든 원치 않든 QM6와 SM6 판매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이다
지난 4월 한국GM 부평 본사에서 열린 2018년 한국지엠 임단협 조인식에서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오른쪽)과 임한택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지부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한국GM] |
르노삼성차의 올들어 9월까지 생산량은 13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4% 감소했다. 내수는 6만402대로 3.1% 줄었으나, 수출은 36.5% 주저앉은 6만9511대에 그쳤다.
수출 부진은 닛산이 지난 3월 부산공장의 10만대 로그 위탁 생산량 중 4만2000대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취소된 4만2000대 중 2만4000대는 일본 규슈공장으로 배정하고 나머지 물량에 대한 생산은 중단했다.
르노삼성차는 내년에 신차 르노 XM3을 생산해 내수와 함께 수출할 예정이다. XM3 유럽 수출 물량을 본사 측과 논의 중이다.
XM3와 함께 수출용 물량을 새로 확보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닛산 등) 다양한 돌파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분위기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닛산이 지난 8일 우치다 마코토(內田誠·53) 전무를 신임 사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임명한 만큼, 닛산의 새로운 모델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해석된다.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르노 오픈 이노베이션 랩 코리아'에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개발 중인 신기술을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르노삼성] |
순환휴직 등 자구노력을 추진 중인 쌍용차도 어려운 처지다. 내수 시장에서 신차로 '매머드급' 현대·기아차와 경쟁하기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다.
쌍용차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차량 판매가 잘 안 돼 마케팅 등 판매 비용이 부족하다"며 "다행히 쌍용차 노사는 회사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와 업계는 이들 외국계 완성차 3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경영대학 교수는 "자동차가 워낙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산업이다보니,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차는 국내 경영 환경이 나빠서 못하는 것도 있지만 글로벌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게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