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신주와 SK텔레콤 자사주 맞교환
웹툰, OTT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 협력 집중할 듯
[서울=뉴스핌] 김지나 김지완 기자 =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주식 맞교환 형식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형성하며 IT 업계에서 플랫폼과 콘텐츠의 새로운 방식의 융합이 예고되고 있다. 1등 통신사와 1등 플랫폼 사업자 간 강도 높은 제휴에 대해 업계에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동맹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 사는 단기적으론 디지털 콘텐츠 협력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론 플랫폼 중심으로 산업 융합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도권은 카카오? 카카오는 '신주', SKT는 '구주' 발행 맞교환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카카오는 3000억원 규모로 주식을 맞교환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3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맞교환 한다.
통상 기업 간에 주식을 맞교환 해 영향력을 미치려면 최소 지분 5%를 확보해야 한다. 주식 맞교환을 통해 SK텔레콤이 가지는 카카오 지분은 2.5%, 카카오가 가지는 SK텔레콤 지분은 1.6%. 양 사가 서로에게 영향력을 미치기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사업적 제휴 측면에서 본다면 통상적인 제휴보다 구속력이 강하다. SK텔레콤은 과거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지분을 맞교환한 사례는 있었지만 사업적으로 동맹을 체결하기 위해 지분을 교환한 적은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신주를 발행하게 되면 주식가치가 희석돼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감수하고 SK텔레콤이 구주로 주식을 맞교환 한다는 점은 양사 제휴의 주도권이 카카오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5G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통신사들은 국내 최대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와 제각각 제휴를 맺고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와 자율주행 환경을 구축하고 새로운 스마트 교통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가 카카오모빌리티와 단순히 제휴만 했다면 SK텔레콤과 카카오 건은 주식교환 방식의 일종의 '계약금'을 걸어둔 구속력 있는 제휴라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모빌리티의 경우 카카오와 제휴를 통해 협력하는 사업 분야에 들어가 있지 않다"면서 "택시 모빌리티나 주차 등과 같이 각자의 영역에선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고, 향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시장에서 다양한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구체적인 사항은 시너지 협의체를 통해 확정해나갈 것"이라며 "양해각서(MOU) 체결과정에서 5G, 인공지능, 콘텐츠 등에서 협력이 가능하겠다는 수준의 방향성만 결정됐다"며 선을 그었다.
◆카카오 웹툰과 소속 연예인, SKT OTT '웨이브'行?
업계에선 양사 동맹으로 우선 웹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협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엠을 통해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엠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로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선 상황. 이외에도 카카오페이지, 다음웹툰 등을 통해 웹툰, 웹소설 지식재산권(IP)을 기반 한 사업을 진행하며 콘텐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카카오가 SK텔레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은 확실하다.
지난달 SK텔레콤은 지상파3사와 웨이브를 출범시켰다. 웨이브에선 오리지널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이 때 카카오 계열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들과 감독들을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웹툰과 웹소설 중 다수가 영상화되고 있는 트렌드에 비춰보면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웹툰과 웹소설을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웨이브 안에 담을 수도 있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제공하는 게임, 웹툰 등 콘텐츠는 IP 등의 면에서 뛰어나며 카카오 밑에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SK텔레콤은 웨이브 출범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SK텔레콤은 카카오와 제휴해 소속 배우와 감독들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입장에서 아무리 좋은 5G 콘텐츠를 만들어도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에서 밀어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면서 "카카오에 잘 봐 달라는 정도가 아니라 서로 지분으로 엮이게 되면 의무가 부과되고, 카카오 플랫폼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