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이후에도 유전 방어를 지속할 것이라며 난데없이 쿠르드족에게 동부 사막의 유전을 지키라고 제안했다.
시리아 유전에 미군 탱크를 배치한다는 소식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발언을 내놓아 미국의 시리아 정책 주요 목표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격퇴보다는 유전 보호임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와 함께 미국과 러시아, 터키 등이 시리아를 체스판처럼 다루며 현지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인구 지도를 마음대로 그리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리아 북부에서 철수하는 미군이 이라크 북동부 다후크 외곽을 지나고 있다. 2019.10.21.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 쿠르드족에 "유전 지켜라"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쿠르드족이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압디 사령관과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며 "이제 쿠르드족이 유전으로 향할 때!"라는 트윗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쿠르드족'이 쿠르드족 전체 인구를 뜻하는 것인지 SDF의 재배치인지는 명확치 않다. 하지만 쿠르드족의 대이동을 의미한 것이라면, 이는 인구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한 종족에게 농지와 용수가 풍부한 농업지역이자 오래된 근거지를 떠나 이들을 반길 리 없는 아랍 종족이 장악한 동부 사막지대로 옮기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미국 CNN은 현재 SDF 일부가 동부 유전지대에 배치돼 있기는 하지만, 시리아 쿠르드족 전체의 대이동은 전혀 새로운 제안이라고 24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은 미국의 입장에서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의회에서는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을 이주시킨다는 터키의 계획이 '인구 지도'를 개편하려는 의도라는 초당적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피난길에 오른 시리아 주민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 시리아 유전에 탱크 배치 검토
이에 앞서 미국 국방부 당국자 2명은 CNN에 국방부가 처음으로 시리아에 탱크를 배치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국방부 당국자는 CNN에 시리아 유전 인근 미군 배치는 석유 인프라 보호뿐 아니라 IS 잔당을 소탕하고 SDF 훈련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군의 시리아 주둔 명분인 IS 격퇴에는 탱크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IS가 시리아 내전 초기 탱크 몇 대를 확보하기는 했으나 러시아나 시리아 정부군의 기동화군의 위협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결국 탱크 배치는 러시아와 러시아의 비호를 받는 시리아 정부군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탱크 배치 계획이 최종 결정된 것인지, 그리고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질 것인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으나 준비 작업은 진행 중이라고 CNN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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