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돌아올 수 없는 선 넘어..진정한 퇴출운동 펼쳐야"
유니클로 "루머일 뿐.. 기업방침상 종교·신념·단체 연관 없어"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옅어졌던 유니클로의 불매운동 불씨가 서경덕 교수의 발언으로 다시금 점화될 모양새다. 유니클로의 광고가 위안부를 조롱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논란이 되고 있어서다. 회사 측은 다급하게 루머일 뿐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18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유니클로는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진정한 퇴출운동을 펼쳐 나가야겠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지난 1일 유니클로 일본 유튜브 계정에 게재된 광고에 대해 이 같이 지적했다. 이 광고에는 98세 할머니와 13세 소녀가 등장한다.
광고에서 "제 나이 때는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라는 소녀의 질문에 할머니가 "세상에,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 못한다(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해당 대사는 한국 광고에만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의역된 자막이 달렸다.
◆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 서경덕 "의도한 것으로 봐야"
[자료=유니클로 광고 캡처] |
서 교수는 "현재 논란이 크게 된 부분은 바로 '80년'이라는 부분"이라며 "80년 전은 1939년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의 탄압을 받던 일제 강점기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1939년은 일본이 '국가 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징용을 본격화한 시기이기도 하다"며 "해방 직전까지 강제 징용에 동원된 인구만 몇백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서 교수는 "의도된 광고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유니클로는 이제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라며 "이젠 우리 네티즌들과 불매운동을 넘어 진정한 퇴출운동을 펼쳐 나가야겠다"고 강조했다.
유니클로 측은 국가, 인종,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는 후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광고라고 설명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최근 방영된 후리스 관련한 광고와 관련한 얘기는 루머"라며 "유니클로는 기업 방침 상 전세계 어디에서나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및 단체와 연관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고에는 세대와 인종을 뛰어넘은 패션 피플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진다"며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어 자막을 만든 부분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우리의) 광고 컨셉을 잘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최주은 기자] |
유니클로는 7월 초부터 본격화한 수출규제 이후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최고재무책임자가 "한국 불매운동 영향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불매운동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실제 불매운동이 본격화됐던 지난 7~8월 유니클로에는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을 정도로 고객들이 매장을 찾지 않았다. 유니클로 불매는 지난달까지 이어지다 최근 후리스, 히트텍 등 신제품 출시와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주춤하는 형국이었다.
◆ 불매운동 100만에 유니클로 매장에 고객 줄.. 온도차 '확연'
100일이 지난 최근 불매운동이 이어지는지 확인차 지난 17일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을 찾았다. 이 매장에선 다수 고객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었다. 계산대에는 물건을 사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하거나 꺼리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도 품절 상품이 생기는 등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때와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졌다.
일각에선 패스트리테일링 최고재무책임자의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적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리꾼들은 "한국의 반일 감정은 매우 즉흥적이고 일시적이다, 한국인은 역시 냄비였다. 패스트리테일링 재무책임자의 망언이 적중했다"는 자조 섞인 댓글을 달고 있다.
하지만 이번 광고 논란으로 옅어졌던 불매운동 기운이 다시 고삐를 죌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은 편안함과 익숙함을 이유로 유니클로를 찾는다"며 "역사를 건들면 일본에 대한 반감이 커진다. 이는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명분이 되고 추춤했던 불매운동이 재점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최주은 기자] |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