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시장 규제 전문가 150여명 참석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한국거래소는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대해 알고리즘·고빈도거래에 대한 포럼을 개최했다. 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증권의 초단타매매가 국내 증시에서 시장 교란행위의 창구로 지목된 만큼 규제 방향과 관련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16일 한국거래소(KRX)는 한국증권학회와 함께 서울사옥에서 금융기관과 학계 등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 건전증시포럼'을 개최했다.
건전증시포럼은 불공정거래 등 자본시장 규제 관련 정책과제 발굴 및 방향 모색을 위해 2005년부터 KRX 시장감시위원회가 매년 실시하는 토론회다.
올해 '바람직한 자본시장 알고리즘·고빈도거래 규제방향'이 주제다. 알고리즘과 고빈도거래의 글로벌 규제동향을 돌아보고 우리 시장환경에 적합한 규제 방향 설정에 대해 논의했다.
16일 송준상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019 건전증시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거래소] |
알고리즘·고빈도거래의 최근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는 메릴린치증권의 '초단타매매'다. 앞서 지난 7월 메릴린치증권은 알고리즘 거래를 통한 '초단타매매'로 대규모 허수성 주문을 처리한 혐의로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로부터 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받았다.
초단타매매는 컴퓨터 등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내는 주문을 무수히 반복하는 거래이며, 알고리즘 매매 방식 중 하나다. 고빈도매매(HFT, High Frequency Trading)라고 부르기도 한다.
거래소는 메릴린치증권이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미국 시타델증권의 알고리즘 고빈도 거래를 통해 6220회 허수성주문(430개 종목)을 수탁 처리한 것으로 판단했다. 거래 규모는 900여주, 약 850억원 상당이다.
이번 포럼에는 해외 주요시장의 규제 현황에 대한 생생한 설명을 위해 미국 자본시장의 대표적 자율규제기관인 미국 자율규제기구(FINRA)와 런던증권거래소(LSE), 영국 금융감독청(FCA) 출신의 규제 전문가들도 함께했다.
국내에서는 알고리즘·고빈도거래 관련 국내 규제동향과 정책제언을 위해 양기진 전북대 교수와 박선종 숭실대 교수가 주제 발표자로 나섰다. 이밖에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 전균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양태영 한국거래소 상무 등이 패널로 참가했다.
첫 번째 발표자를 맡은 존 크로퍼 FINRA 총괄부사장은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에 대한 FINRA의 규제현황을 소개했다.
FINRA는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업자를 위한 업무가이드를 제정·배포한 바 있다. 알고리즘 거래전략을 디자인·개발·수정한 자에게도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또 알고리즘 거래를 활용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활동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 거래업자로부터 받은 알고리즘 소스코드도 함께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크로퍼 부사장은 “앞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시장감시, 상품간·시장간 연계형 불공정거래 대응 등 시장감시의 폭을 확장할 필요성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연사 닉키 베일리는 FCA와 LSE에서 근무한 바 있다. 영국, 유럽연합(EU)의 알고리즘 고빈도 거래 규제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베일리 연사는 "유럽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는 미피드2(MiFID Ⅱ)에 포함된 알고리즘 거래업자의 역할과 증권거래소의 시장관리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수의 거래소 시장이 존재하는 영국 자본시장의 특성이 감안된 시장통합형 시장감시를 소개하면서, FCA와 같은 국가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 전통적인 시장교란행위 외에 알고리즘 낚시(algo baiting)와 같은 새로운 불공정거래 유형을 소개했다.
국내 발표자인 양기진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위험관리 차원의 시장충격 완화장치 마련과 함께 시세조종 등에 대한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알고리즘거래 관리방안의 일환으로 알고리즘 거래업자에게 등록의무를 부과하고, 규제기관의 권한(거래업자에 대한 거래 보고 요청권 등)을 강화해야 한다"며 "시세조종 규제로서 알고리즘거래 이용 허수성 호가에 대한 법상 규제 강화(부당이득 규모에 연동한 벌금 및 과징금 부과)와 함께 알고리즘 거래자의 예상치 않은 가장매매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자기매매 방지 장치(Self Trade Prevention)'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효율적인 시장감시 및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알고리즘·고빈도거래자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는 “고빈도거래가 유동성 증가 효과와 같은 긍정적인 역할이 있다”며 “반면 시장질서교란 위험 등 부정적인 효과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규제기관에게 알고리즘 사업자에 대한 정보(고빈도거래에 대한 전략, 사용변수 등)제공 요구 권한을 부여해 규제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