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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정식 공판 시작..검찰 "분식회계 배경에 경영승계"

기사입력 : 2019년09월25일 14:25

최종수정 : 2019년09월25일 14:28

검찰 “중대한 사법방해”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와 관련한 대규모 증거인멸 사건의 전말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결국 그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승계가 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증거위조 및 증거인멸 혐의 등을 받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를 비롯해 삼성전자 김모·박모·이모 부사장 등 삼성그룹 임직원 8명에 대한 첫 정식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1시간 40여분 동안의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경위와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 배경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허위 공시, 고의 분식회계 목적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용이하기 위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있다고 봤다.

검찰은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와병하면서 사실상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이 원활하게 승계되는 것이 큰 과제로 남은 상태였다”며 “이를 위해서는 그룹차원에선 삼성전자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을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었고, 삼성바이오로서는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이슈가 있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이고, 로직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0.35 비율로 합병됐는데, 삼성물산보다 기업 규모가 작은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가 3배 이상 높게 평가되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고 제일모직이 물산보다 고평가된 이유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불리는 바이오 사업, 즉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합병 후 회계처리 하는 과정에서 이를 숨기기 위해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어 “변호인들은 분식회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자료를 지우는 건 죄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분식회계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떠나서 사법기관의 수사가 개시되고 나서 관련된 혐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을 은닉하고 삭제한다면 별도의 사법 방해 범죄”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당시 송경호 부장검사)는 지난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수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이 조직적으로 은폐된 정황을 포착하고 증거인멸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사실상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던 사업지원TF를 중심으로 검찰 수사에 대비했다. 이들은 고발이 임박한 지난해 5월 5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와 에피스에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5월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마룻바닥 밑에 숨겨진 다수의 서버와 직원 노트북 수십 대, 저장장치 등을 확보하고, 이같은 지시가 그룹 차원에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김포공항=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7월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19.07.12 dlsgur9757@newspim.com

검찰이 이날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구체적으로 직원 PC와 휴대전화에서 ‘VIP’.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이니셜)’, ‘부회장’, ‘바이오젠’, ‘콜옵션’, ‘상장’ 등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핵심 직원들은 휴대전화를 바꾸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위치 정보나 동선이 드러날 수 있는 삼성페이 같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도 지우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고인들은 첫 재판 당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사건의 실체와 진상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와 당시 보고라인에 있었던 미전실과 이재용 부회장 등 어떤 것도 드러나지 않도록 자료를 지워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사실상 수사 될 수 없도록 한 것”이라며 “이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조직적 대규모 증거인멸·은닉 범행으로,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업무를 심대히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사법부 판단까지 방해하게 되는 총체적 사법방해 범죄”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 2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삼성물산, KCC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류인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피고인 측의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들을 계획이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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