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까지 청와대 앞에서 연좌 투쟁 나서
향후 투쟁 방향은 고민거리…보여주기식 투쟁 되풀이되나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한 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16일 밤 8시경,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는 동요 '등대지기'가 울려퍼졌다. 삭발을 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한 손에 촛불을 들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죽었다고 규정한 한국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앞장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의미에서 '등대지기' 노래를 합창했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 뒤에는 '근조(謹弔) 자유민주주의!'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 삭발투쟁'에서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2019.09.16 jhlee@newspim.com |
◆강기정 靑 정무수석, '문대통령 삭발 만류' 전하자 황교안 "조국부터 파면하라"
이날 장외 투쟁은 오후 5시부터 시작됐다. 오전 중 급하게 삭발 투쟁을 결정한 황 대표는 삭발식 장소로 청와대 앞을 택했다.
삭발식이 진행되기 전부터 이미 청와대 앞 광장은 수백명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5시께 청와대 앞 분수대에 도착한 황 대표 앞에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 대표의 삭발 결심을 만류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의 만류에도 "조국을 사퇴시켜라. 조국을 파면시켜야 한다"는 말을 전달한 뒤 삭발식을 강행했다. 황 대표의 삭발 도중 시민들은 "황교안"을 연호하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황 대표는 삭발식 뒤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투쟁에 있어 결단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뒤이어 황 대표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황 대표를 향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었으면 삭발까지 결심하느냐"며 응원을 보냈고, 일부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삭발에 동참하라"며 투쟁을 촉구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 삭발투쟁'을 단행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19.09.16 alwaysame@newspim.com |
◆'조국 임명 철회 사실상 불가능해도'...다시 장외로 나간 한국당 "결기 보여주는 수밖에"
광장에서 투쟁을 이어가던 한국당 의원들은 해가 지자 촛불을 들고 '근조 자유민주주의' 글자 앞에 묵념하는 촛불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진행된 청와대 앞 집회에는 60여명에 달하는 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늦은 밤까지 자리를 지켰다.
황 대표의 삭발식을 시작으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이후 다시 한번 장외투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국 장관의 국회 출석을 놓고 이견을 보인 여야가 9월 정기국회 일정 합의에 실패하면서 다시 한국당이 거리로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이미 조국 장관이 임명된 상황인 만큼, 자리에서 강제로 끌어내릴 방법은 마땅치 않다. 특히 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뜻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결국 삭발과 단식, 장외집회 등으로 결기를 드러내는 '보여주기식' 투쟁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 삭발투쟁'을 단행한 뒤 자유한국당 당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9.16 alwaysame@newspim.com |
◆"의원들 릴레이 삭발은 글쎄~"...한국당, 향후 투쟁동력 어떻게 이어갈지 난제
실제로 이날 장외집회도 급하게 마련된 탓에 명확한 메시지 전달 없이 황 대표의 삭발식과 촛불집회 만으로 끝이 났다.
황 대표의 삭발 투쟁 이후 앞으로 얼마나 효과적인 투쟁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고민거리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당 한 의원은 "황 대표의 삭발 이후 릴레이 삭발을 강요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할 수 있는 투쟁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 뿐인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해나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