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민지현 특파원 = 국제유가가 10일(현지시간) 완만하게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이란산 원유 수출이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에 유가는 하락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 신임 에너지 장관의 감산 지속 발언으로 지지되는 모습이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45센트(0.8%) 하락한 57.40달러에 마쳤다. 국제 벤치마크인 런던 ICE 선물 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21센트(0.3%) 내린 62.38달러에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의 대외 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레 갈등을 빚어온 볼턴 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난 밤 존 볼턴에게 그의 복무가 백악관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내 다른 사람들도 그랬듯이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의견을 강하게 달리했다"면서 볼턴 사임 이유를 밝혔다.
시카고 소재 프라이스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시장은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이 덜 매파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며 "이란과 대화 가능성과 이란 원유 수출 회복 가능성을 기대하는 듯 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이란이 2015년 국제사회와 체결한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은 80% 넘게 급감했다. 지난 5월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구가들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를 철회하고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즈호의 밥 야거 에너지 선물 이사도 "볼턴 경질 소식은 대이란 제재 유예·면제 상황에 최소한 아주 조금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또다시 원유 현물가격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유가 시장은 더욱 압박을 받았다.
EIA는 최근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WTI 현물의 올해 평균가격 전망치를 지난 8월 배럴당 57.87달러에서 56.3달러로 재차 하향 조정했다. 브렌트유 현물가 전망치도 배럴당 65.15달러에서 63.39달러로 낮춰잡았다.
다만 지난 주말 교체된 사우디의 압둘라지즈 빈 살만 신임 에너지 장관이 OPEC+의 감산 정책을 계속 고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유가 상승 동력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유가 하락은 제한되는 상황이다.
한편 로이터가 실시한 전문가 폴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는 270만배럴 감소해 4주 연속 감소한 것으로 전망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일간 추이 [차트=인베스팅닷컴] |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