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등 국내 모든 항공사 2분기 영업적자
악화된 항공업황 탓 '승자의 저주' 우려에 기업들 소극적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매물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강남 아파트는 못사면 다른 매물이 나오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이 아니면 다시 못삽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매각 분위기를 띄우려던 이 회장의 바람과 달리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흥행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일각에서는 연내 매각 불발 및 유찰 가능성까지 얘기한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예비 입찰(3일)을 하루 앞두고 있으나 인수에 나서겠다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은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정도다.
애경그룹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력 계열사인 제주항공이 올해 2분기 2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5년만에 적자전환했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 악화로 3분기 이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자칫 무리하게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섰다가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때 투자은행(IB)업계에서 애경그룹이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 GS그룹과의 공동 인수에 나설 것이란 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두 그룹 모두 부인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
다만 GS의 경우 GS칼텍스와 GS리테일 등 정유와 유통 부문에 국한된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유가 변동과 관련 정유사와 항공사의 실적을 어느 정도 헤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반면 애초부터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된 SK그룹과 한화그룹, CJ, 신세계, 롯데그룹 등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두번 다시 나오지 않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소극적인 것은 최근 악화된 업황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는 물론 6곳의 저비용 항공사가 모두 올해 2분기 적자를 냈다.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 영향으로 3분기 이후 내년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한-일 관계마저 악화되며, 이대로 가면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1~2곳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확실한 항공업 전망에 기업들이 선뜻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대기업과 함께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들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자본이 포함된 MBK 등 사모펀드들은 국내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야 한다.
이에 따라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통매각’ 원칙을 세웠지만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대한 분리매각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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