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 종로구 사직2 재개발구역 주민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형사 고발에 나섰다. 지난 4월 서울시의 재개발구역 시장 직권해제 무효 소송에 최종 승소한 뒤 서울시의 재개발 사업 방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서울시가 관행적으로 시공사가 조합에 지급하는 '대여금'을 중단케 해 사업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게 조합원들의 불만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 재개발 조합에 따르면 사직2구역 주민들은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재개발 사업 방해죄를 들어 검찰에 고소했다. 지금 고소건은 검찰에서 서울 종로경찰서로 이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직2구역 조합은 서울시에 대해 △캠벨 선교사 건물 우수건축자산 지정 알박기 △조합변경 등기 신고 불수리 △기존 사업시행인가 취소 압박 △시공사의 자금대여 중단 강요 네 가지를 방해 사유로 들어 형사 고소했다.
장진철 사직2구역 조합장은 "지난 4월 25일 대법원의 구역지정 시장직권해제 취소에 대한 최종 승소 이후 서울시의 사업 방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빌라, 다세대 주택 건립 붐을 유도하기 위한 서울시의 '시간 끌기'를 막기 위해 민사가 아닌 형사 소송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조합원들이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시공사가 조합에 지급하는 대여금을 서울시가 지급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부분이다. 사직2구역 조합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4월 25일 대법원 패소 이후 시공사인 롯데건설 임원을 시청으로 불러 대여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이에 따라 구역지정이 해제됐던 2017년 4월 이후에도 월 600만원씩 꼬박꼬박 입금됐던 사업 대여금이 오히려 구역지정 해제가 취소된 올 4월부터는 한푼도 지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직2구역 조합은 지난 2014년 롯데건설과 시공 계약을 체결하며 월 1600만원의 대여금 지급을 계약서에 함께 명시했으며 이후 대여금은 꼬박꼬박 지급됐다. 심지어 2017년 4월 구역지정 시장 직권해제가 최종 결정된 후 대여금은 월 600만원으로 대폭 줄었지만 지리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계속 지급되고 있었다.
장진철 조합장은 "롯데건설 관계자가 서울시의 통보를 유선으로 알린 뒤부터 대여금이 석달째 지급되지 않았다"며 "조합원들이 돈을 걷어 조합비를 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구역지정 해제 취소 판결 이후 사직2구역 시공자인 롯데건설 간부가 시 공무원과 만난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대여금 지급을 하지 말라는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사직2구역내 집 한채가 무너졌다. 거주자가 자리를 비워 인명피해는 다행히 피할 수 있었다. [사진=사직2구역조합] |
이와 함께 사직 2구역은 서울시가 구역내 캠벨선교사 주택을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해 사업을 무산시키려 한다는 혐의도 함께 고소했다.
대법원 최종 패소 후 5일 만에 서울시가 우수건축자산으로 전격 지정한 캠벨 주택은 사직2구역 내부에 위치해 있어 지난 2012년 첫 사업시행인가 당시에는 철거키로 했다. 하지만 이후 문화재 보전을 요청하는 시 의견에 따라 문화재청의 문화재 심의를 받았고 10억원을 들여 원형 그대로 이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재개발구역 시장 직권해제 이후 시가 선교사 주택부지 매각을 여러차례 요구했으며 결국 지난 2017년 11월 조합은 이 부지를 서울시에 팔았다. 이후 시는 부지 소유자 권리로서 우수건축 자산 등록을 추진한 것이다. 지금 시는 사업을 속개하려면 캠벨 주택을 구역에서 제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사오항이다. 그러나 캠벨주택 부지의 위치상 재개발사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이축을 하지 않고 제척을 하면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게 사직2구역의 설명이다. 즉 전형적인 시의 '알박기'라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장 조합장은 "이미 다 합의가 끝난 사항을 시가 구역 지정해제 취소 판결 이후 한꺼번에 뒤집었다"며 "2013년 10월 사업시행계획 재인가 때 인가를 3년 넘게 늦춘 것은 결국 우수건축자산 지정에 관한 시 조례와 시장 직권해제 조례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의 직권해제에 관한 조례는 2016년 7월 제정됐다.
특히 사직2구역은 공공기관이자 권력기관인 서울시가 자꾸 '뒷통수'를 친다는 점에 더 분노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다른 조합 관계자는 "캠벨 주택도 시장 직권해제도 무엇 하나 주민들과 논의를 한 후 이뤄진 적이 없으며 모두 예상도 못하는 사이에 서울시가 전격적으로 추진했다"며 "특히 대여금 지급 중단은 모든 정황과 증언이 확보됐지만 서울시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시민이 뽑은 공공기관장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올 여름 몇번 오지 않은 폭우에도 구역내 집 한채가 무너질 정도로 안전에 우려가 있는 상황이지만 서울시의 사업 방해가 이어지고 있어 우리도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의 주장은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며 "정비사업의 결정권자는 서울시인 만큼 시의 결정이 조합원의 사익에 우선한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