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상승에 중국 순금 장신구 판매 불티
2013년 금 사재기 '아줌마 부대' 투자 손실 회복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빨리 좀 가자고! 금값이 계속 오른단 말이지!". 최근 취재를 위해 베이징 차이스커우(菜市口) 백화점 3층 순금 전문 판매점을 찾은 중국 정취안스바오(證券時報) 기자는 금을 사기 위해 서두르는 한 고객의 다급한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중국 금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이 백화점의 순금 제품 판매 코너는 금값을 알아보고 금을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국제 금값 상승에 따라 중국 금 시장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다수의 중국 매체들은 중국 시장의 순금 투자 수요 증가 현상을 관심 있게 보도하고 있다. '순금 사랑'이 유별한 중국인들이 국제 금값 상승 때마다 매우 공격적인 금 투자 성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정치 경제 환경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올해 들어 국제 금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안전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이 금 보유량을 대폭 확대하며 국제 금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5월 말부터 상승세를 탄 국제 금값은 이번 달7일 온스 당 1500달러를 돌파하며 2013년 금 시장 호황기의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이튿날인 8일에도 순금 가격은 오후 2시 기준 온스 당 1506달러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 국제 금값은 온스 당 200달러 가까이 올랐다.
국제 금값 상승의 영향으로 중국 순금 제품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중국 일반 투자자와 소비자들도 금 사재기에 다시 나섰다.
또 다른 중국 매체 차이신왕(財新網)이 만난 베이징의 한 귀금속상 판매원은 "최근 들어 순금 제품 판매량이 두 배이상 증가했다"라고 요즘 금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번 금값 상승기에 대응하는 중국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골드바, 금화 등 순금 재테크 상품보다는 순금 장신구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금값 상승에도 골드바는 오히려 외면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순금 실질 소비량은 523.54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7%가 감소했다. 골드바, 금화 수요가 큰 폭으로 줄면서 전체 소비 증가세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순금 장신구의 판매량은 오히려 꾸준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골드바 투자 수요가 줄고 순금 장신구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골드바 거래에 대한 수수료가 높기 때문이다. 골드바의 경우 매입 수수료가 100g 당 8~10위안에 달한다. 이를 되 팔경우 다시 100g 당 2위안의 수수료가 추가로 붙는다. 결과적으로 100g 이상의 골드바에 투자할 경우 시장 가격이 10위안 이상 올라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중국 투자 전문가들도 순금가의 지속적 상승세를 전망하는 견해를 밝히고 있어 중국 금시장의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국제 금값이 2011년 9월 역대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9년 9월 국제 금값은 온스 당 1900달러까지 치솟았다.
금값 상승세로 순금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면서 중국 '아줌마(중국명 '다마(大媽)') 부대'의 재테크 전략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에 비유되던 중국 '아줌마 부대'는 지난 2013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순금 사재기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서로 먼저 더 많은 금을 사기 위해 매장에서 무질서하게 구매 경쟁에 나선 중국 '아줌마 부대'의 모습에 일각에서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특히 이후 금값이 급락하면서 '아줌마 부대'의 묻지마식 투자 행태를 지적하는 여론도 확대됐다.
이에 중국 '아줌마 부대'는 "금은 묵혀두면 언젠가는 그 가치를 인정받게 돼있다. 안전 자산으로 금만한 것이 없다"라는 투자 철학과 원칙을 고수하며 금값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5월 이후 금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아줌마 부대'의 순금 투자 전략이 옳았음이 증명됐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주요 경제 매체는 순금 값 강세 지속과 '아줌마 부대'의 순금 투자 전략 성공의 경험이 더해져 중국 금 시장의 열기가 더욱 뜨거월 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