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수, 2015년 민중총궐기 총책임자…고(故) 백남기 씨 사망
1심서 무죄 → 2심 “업무상 과실 인정”…벌금 1000만원 선고
신윤균 전 기동단장 및 살수차 조작요원들은 1심 형량 유지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의 총책임자로 기소된 구은수(61)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집회·시위 관리의 총괄 책임자로서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7부(이균용 부장판사)는 9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전 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벌금 1000만원형에 처했다.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신윤균 전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단장(총경)과 살수차 조작요원 한모·최모 경장은 1심 형량과 같이 각각 1000만원과 700만원씩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지 말고, 과잉 살수가 방치되고 있는 원인과 실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 전 청장은 현장 지휘관에게 과잉 살수가 방치되고 있음을 경고하거나 안전 살수를 지시하지도 않고 상황지휘센터 내에서 참모를 통해 반복해서 살수를 지시했을 뿐”이라며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는 집시법상 적법한 집회시위를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주최측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이었고, 과격하고 폭력적인 시위 상황에서 경찰이 부득이하게 ‘살수’라는 방법까지 동원하는 과정에서 안전에 충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이라고 벌금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단계 업체 브로커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앞서 백남기 씨는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다. 백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두개골이 골절돼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듬해 사망했다.
검찰은 이들이 시위자 가슴 윗부분에 직사를 할 수 없도록 한 살수차 운용지침을 어겼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직사살수를 할 때는 안전을 고려해 시위자의 가슴 이하 부위에 살수해야 하고, 부상자가 발생하면 즉시 구호조치를 해야 하는 등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 결과, 당시 경찰은 백 씨의 머리를 향해 약 2800rpm의 고압으로 13초가량 직사살수했을 뿐 아니라 쓰러진 뒤에도 17초가량을 더 직사살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상황센터 내 구 전 청장의 자리와 화면까지 거리, 화면 크기, 무전 내용 등을 고려하면 종로입구 사거리에서 일어난 살수의 구체적 태양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 전 청장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선고가 끝난 뒤 구 전 청장은 “유죄든, 무죄든 이제와 무슨 상관이겠느냐”며 “경찰은 공무상 적법한 절차에 따랐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구 전 청장은 유사수신업체 IDS홀딩스로부터 금품을 받고 수사 편의를 봐준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고,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경찰청 정보국의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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