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유력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가 6일(현지시간) ‘일본이 준비도 안 된 채 전쟁에 나섰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을 공격하며 내세운 근거가 빈약하고 일본 경제에 닥쳐올 후폭풍을 계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FP는 전후 일본이 대립을 억제하고 타협을 내세우며 경제 및 기업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두 가지 외교 정책 노선을 유지해 왔으나, 아베 총리가 이를 뒤집고 연습 없이 바로 실전으로 돌입해 한국과 경제 전쟁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FP는 아베 총리의 측근들을 인용, 아베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몹시 분노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찾던 중 수출로 공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식으로 섣불리 공격에 나서면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의 근거로 제시한 이유들이 일관되지 못했고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혼재된 메시지가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증거도 없이 북한을 들먹이며 안보 프레임을 들고 나왔지만, 결국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발언하며 보복 조치임을 인정한 셈이 됐고, 아베 총리는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라며 또다시 혼재된 메시지를 보냈다고 FP는 전했다.
FP는 또한 일본이 미국 다음으로 최대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무역 파트너국인 한국의 맞대응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은 채 일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삼성전자는 한국 총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당연히 강력한 조치에 나서는 상황을 계산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삼성이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메모리칩 및 디스플레이 원자재 수입처 다변화를 꾀하고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예산으로 7조원 가량을 편성한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의 불매운동에 따른 여파를 아베 총리와 스가 장관이 제대로 예견했는지도 의심스럽다며, 유니클로와 아사히 맥주의 매출 급감, 한국 관광객의 일본 여행 감소 상황 등을 전했다.
FP는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무대에서 아베 총리의 입지가 상당히 복잡해진 현재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시했다.
아베 총리는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주지 않는 지도자이며, 한국 및 북한과의 중재를 위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호르무즈 연합군 참여 및 무역협정에 대한 요구로 압박을 가하고 있고, 더욱 밀착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동맹이라는 새로운 위협에도 맞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FP는 설명했다.
FP는 아베 총리가 일본이 그간 유지해 왔던 타협과 저자세의 가치를 조속히 인정하고 ‘정치가 개입하면 경제가 망한다’는 금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