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편의점 3곳 모두 다른 반응… 행사 중단 1곳, 진행 1곳
1곳은 행사 광고했지만, 결제 시 할인가 적용 안 해 혼란 우려
소비자, 불매운동 동조 분위기…대체재 찾으면 돼 '무덤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지난달에 진행한 일본산 맥주 행사 안내 문구를 못 뗐다. 하지만 결제할 땐 행사가 적용 안 돼요."(세븐일레븐 편의점주)
"고객 선택권도 있잖아요. 계속 4캔에 만원 행사 할 거예요."(CU 편의점주)
"할인 행사에서 일본 맥주는 다 빠졌어요."(GS25 편의점주)
전국 편의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본산 맥주 할인 행사가 중단된 첫날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와 인천 부평구 일대 편의점 3곳을 둘러봤다. 4캔에 1만원 행사를 진행하는 편의점도 있었고, 할인 행사 안내를 해놓고 정작 제 값을 받는 곳도 있어 소비자 혼란이 우려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동조하는 분위기가 커 일본 맥주를 사려는 이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A 매장에서는 일본산 맥주를 '4캔에 1만원'하는 할인 행사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었다. 앞서 세븐일레븐 본사는 지난달 25일 본사 차원에서 일본산 맥주의 할인 행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매장에 비치된 맥주 냉장고에는 이날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아사히의 '니치비요리·블랙 500ml', '기린이치방 500ml' 등 일본산 맥주 포함한 수입 맥주를 4캔에 1만원에 판매한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산토리의 프리미엄 맥주 500ml는 '5캔에 1만1000원', 아사히와 삿뽀로 300ml짜리도 '5캔에 1만원' 할인 행사를 한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세븐일레븐 한 매장에 진열된 일본산 맥주 일부가 여전히 4캔에 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사진= 남라다 기자] |
'4캔에 1만원' 행사는 비교적 싼 가격에 일본산 맥주를 소비하려는 이들에겐 매우 매력적인 마케팅이다. 본래 500ml 1캔에 3000원대지만, 할인 행사를 하면 1캔에 2500원으로 1000원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편의점에서 '4캔에 만원'이라는 광고 문구를 유지한 것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부추길 우려도 있는 데다 '거짓 광고'로 볼 소지도 있어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편의점을 직접 운영하는 김 모씨(여·50대)는 편의점 본사의 일본산 맥주 할인 행사 중단 방침에 따라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문구를 떼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극구 부인했다.
그 후 김씨는 직접 일본산 맥주 몇 종류를 계산대로 가져 와 신용카드 결제단말기시스템(POS)에 바코드를 찍어 보이며 "행사 가격 적용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포스에 찍힌 가격을 확인해 보니, 할인가가 아닌 1캔에 3000원대로 정상가였다.
김씨는 "본사의 지침은 가맹점주가 임의로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일본 불매운동에는 저도 동의하고 팔 생각없다. 일본 맥주를 대신해 국산 맥주가 팔리기 때문에 매출에도 영향이 없어 행사를 굳이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날 저녁 8시에 찾은 인천 부개동 소재 CU 편의점에서는 일본산 맥주도 다른 수입 맥주와 같이 '4캔에 1만원'에 팔고 있었다. 앞서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달에 "할인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가맹점주에게 할인 중단을 강요하지 않고 선택에 맡기겠다고 말했었다.
해당 가맹점주도 "일본산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선택권을 아예 박탈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계속 4캔 1만원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기자가 맥주 진열된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것에 대해선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산 맥주를 판매는 하고 있지만 행사 품목에서 완전히 제외한 편의점도 있었다.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GS25를 운영하는 편의점주 안 모씨는 "매장에서 일본산 맥주를 다 뺐다"고 당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매장은 할인 행사 품목에 일본산 맥주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자 수입 맥주 브랜드 60여종이 넘는데도 그 아래 해당 국기를 별도로 표시했다.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 위치한 GS25 편의점 매장 내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남라다 기자] |
소비자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편의점의 행사 중단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인지 여러 편의점을 돌아보는 동안 일본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천에 사는 이영준씨(45)는 "불매운동 이후 일본 맥주를 사 먹지 않았다. 편의점들이 할인 행사를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며, "현 시국에 일본산 맥주를 먹는 대신 국산이나 다른 수입맥주를 마시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