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웃집이나 옆집 언니, 동생, 누나처럼 편안한 배우요.”
브라운관 첫 데뷔작에서 근사한 수식어까지 꿰찼다. 배우 도은비가 JTBC ‘보좌관’에서 다정하지 않은 까칠한 김갑수(송희섭 역) 의원실 9급 행정비서이자, 모르는 것이 없는 행정 전문가 노다정 역을 맡아 도약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최근 종영한 JTBC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서 열연한 배우 도은비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18 alwaysame@newspim.com |
“‘보좌관’은 데뷔 작품이에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서는 것도 처음이었죠. 그래서 다 끝마치고 나니까,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초반에는 폐 끼치지 않기 위해,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걱정이 컸어요. 그래도 걱정했던 것만큼 큰 일이 없어 무사히 끝낼 수 있었어요.”
미스코리아 출신 도은비에게 행정비서는 생전 처음 접하는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더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했다. 그래서 시즌1에서 선보인 시니컬하고 시크한, 하지만 가끔은 따뜻한 웃음을 지을 줄 아는 노다정이 탄생했다.
“곽정환 감독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행정비서에 대한 정보도 주시고, 다정이라는 캐릭터의 뼈대랑 살까지 만들어주셨거든요(웃음). 덕분에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죠. 제가 직장생활도 해본 적이 없어서 행정비서가 뭘 하는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영수증을 붙이는 일을 많이 할 것 같아서, 촬영 전부터 영수증을 모아서 이면지에 붙이는 연습을 계속 했어요. 비록 방송에는 영수증 붙이는 모습이 안 나왔지만, 시즌2에 한번은 나오지 않을까요? 하하.”
극중 노다정은 칼 같은 퇴근으로 ‘칼퇴 요정’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작품 내에서 칼퇴근하는 이유가 나오지 않아 시청자들로 하여금 노다정이란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는 도은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최근 종영한 JTBC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서 열연한 배우 도은비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18 alwaysame@newspim.com |
“저도 정말 궁금해요. 저희끼리 우스갯소리로 ‘다정이가 먹방 BJ가 아닐까?’라는 말까지 했으니까요(웃음). 시즌2에는 다정이가 칼퇴근하는 이유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승급시험을 위해 공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시청자 분들이 궁금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첫 작품에 수식어까지 생기고.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노다정은 극중에서 미스터리한 인물로 그려진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표정도 없고 매번 칼퇴근하고 ‘행정 전문가’라는 캐릭터 설명 외에 베일에 싸여있다. 도은비가 이런 인물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각 인물의 선호도였다.
“다정이에게서 조금만 벗어나면 애매한 감정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각 인물간 선호도를 정해놓고 시작했어요. 그게 없으면 연기가 아예 처음인 저에게는 너무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인물간의 선호도를 정하면 대사를 할 때도 감정이 차이가 나니까 연기가 더욱 살 것 같았어요. 이정재 선배가 맡은 장태준은 호감도가 60%였어요. 그래서 마지막 회에 장태준이 국회의원 출마를 할 때 다정이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미소를 지어요. 그런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 했죠.”
노다정의 캐릭터 뼈대와 살을 곽 감독이 만들었다면, 도은비에게 자신감을 실어준 사람은 김갑수였다. 연기 대선배의 배려 덕분에 현장에서 아이디어도 내며 즉흥적인 연기도 선보일 수 있었다고.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최근 종영한 JTBC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서 열연한 배우 도은비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18 alwaysame@newspim.com |
“김갑수 선생님이 극중에서 시위하는 사람들한테 도시락을 맞는 장면이 있어요. 선생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올 때, 행정비서인 저는 수건을 들고 서 있거든요. 대본에는 대사가 없고 지문만 있었어요. 그래서 리허설 때 대사 없이 마임처럼 닦아드리는 모션을 취했는데, 선생님이 ‘다정아, 이땐 간단한 대사 정도는 해도 돼. 한 번 해 봐’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어요. 촬영 초반이라 의기소침하고, 긴장하고 걱정 인형을 남한산성 크기로 업고 다녔던 저에겐 정말 따뜻한 말이었거든요. 그 말을 듣고 리허설 때 감독님한테 제 의견도 어필하고, 그걸 시작으로 연기에 대해 많은 준비를 했어요. 아마 선생님의 말이 없었다면, 저는 중후반까지 제자리걸음이었을 거예요. 극중에서도, 실제 도은비로도 성장할 수 있었어요.”
‘보좌관’으로 대중에 제대로 눈도장은 찍은 도은비. 아직 시즌2 촬영에 돌입하지 않은 만큼, 그 역시 새 시즌에서 자신이 맡을 역할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한 그는 "앞으로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웃었다.
“시즌2에 다정이가 과연 ‘칼퇴 요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수식어가 생길지 너무 궁금해요(웃음). 시즌2를 기다리는 시청자분들도 같이 기대해주시고, 다정이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웃집이나 옆집 언니, 동생, 누나처럼 편안하고 친근한 배우요. 전에는 배우는 너무나 뛰어난 분들이 하는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저도 됐더라고요. 하하. 어렵지 않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