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연애담 녹였지만 남편 안재현 덤덤한 반응
시나리오에서 소설화…애착 많아 꼭 영화화 하고파
차기작은 반려동물 관련 에세이…배우 복귀도 희망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책 표지에 그려진 커플, 저와 남편(안재현) 닮지 않았나요? 하하."
배우 구혜선(34)이 작가로 돌아왔다. 실제 열애담을 담은 신간 <눈물을 하트 모양>을 출간한 것. 이에 지난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북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구혜선 [사진=HB엔터테인먼트] |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은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성격의 여자 '소주'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빠진 남자 '상식'의 사랑을 전한다. 유머러스한 대화와 황당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전개를 펼치다 어느 순간 허를 찌르며 인간 본연의 내면을 마주하게 만든다.
"원래는 시나리오였어요. 항상 실연당한 사람의 이야기를 작업하는데, 연애가 끝나고 나면 일러바칠 곳이 필요한데, 그게 글인 거죠. 하지만 영화로 하려니 투자가 아무래도 어려웠어요. 꼭 영화가 아니어도, 소설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작업하게 된 거죠. 시나리오는 욕설도 심하고 날 것의 느낌이라 좋았어요. 애착이 강했죠. 소설화하니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투자만 되면 나중에라도 꼭 영화하 하고 싶기도 해요(웃음)."
시나리오 작업 당시 원제는 '소주의 상식'이었다. 실연 후 소주에 빠져있던 구혜선이 꽂힌 문구였다고. 현재의 제목을 출판사 자체 투표를 거쳐 탄생했다.
"20대 때 실연당하고 소주를 엄청 마셨어요. 상식은 갑자기 떠올랐는데, 그러면서 '소주의 상식'이라는 문구에 꽂혔죠. 여자가 '소주', 남자가 '상식'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대, 20대가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인데 '소주의 상식'은 이상하잖아요(웃음). 솔직히 책은 말랑말랑한 내용이 아닌데, 독자들이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해요."
구혜선 [사진=HB엔터테인먼트] |
실제 연애담이 담긴 만큼 소설 속 주인공 '소주' 또한 구혜선과 많이 닮았다. 그는 좋은 일도 많고 상처 받은 일도 많았지만, 연애는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소주'와 저를 동일시하며 썼어요. 20대 때 남자친구 집 앞 계단에서 잠들기도 하고 담을 넘기도 했어요. 그때는 정말 불나방 같았죠. 아닌 걸 알면서도 감정이 주체가 안되던 시기였어요. 저는 연애로 인생을 배웠어요. 연애를 해야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게 연애인 거죠. 이제는 많이 이성적으로 변했죠."
결혼 후 발표하는 연애소설이기에 주변에서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정작 본인과 남편 안재현은 쿨한 반응이다. 두 사람은 과거 연애사를 모두 알고 있는 사이라고.
"사실 남편은 시나리오 때부터 읽어봤어요. 그때 보고 재밌어했죠. 소설로 읽고 여자 캐릭터가 독특해서 한국소설 같지 않고 어떤 독립영화를 본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결혼한 다음에 연애소설을 냈는데, 이렇게 담담한 남편도 없을 거예요. 싫어할 수도 있는데 고맙죠. 저희는 과거 연애사를 다 공유해요. 과거 연애 편지도 같이 읽었죠(웃음). 남편과의 이야기는 '신혼일기'로 많이 보여준 것 같아요. 지금은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영상들이죠."
구혜선 [사진=HB엔터테인먼트] |
배우로 데뷔했던 구혜선은 작가, 영화감독, 미술전시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모든 일을 다르다고 구분하지 않는다. 창작의 원천은 바로 고통이다.
"그림, 글, 영화 모두 제 것을 표현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고통이 한 번 지나가면 뭔가 떠올라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거나 그런 아픔이 올까봐 불안한 정서를 통해 영감을 받는 거죠. 20대 때는 새로운 사랑, 힘, 에너지가 많았다면 지금은 떠나갈 것에 대한 걱정에서 더 영감을 받아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나면 확실히 치유가 되는 건 분명해요."
또 구혜선은 자신의 창의력에 대해 어린 시절의 영향임을 밝혔다. 엄한 부모님 덕분에 친구보다 동네 사람들과 교류하며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 글 솜씨는 싸이월드 덕분이라 꼽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머니가 엄격하셔서 밖에도 잘 못나가고 통금도 심했어요. 학교 끝나면 무조건 집이었죠. 대신 옆집에 가서 아기를 돌봐주면서 피아노를 배웠고, 다른 옆집 언니는 뮤지컬 배우라 공연도 봤어요. 그림 그리는 분이 계셔서 아기를 돌보면서 그림도 배웠죠. 전 동네 아기 돌보미였어요(웃음). 다 그때 영향인 것 같아요. 글은 싸이월드로 창피를 많이 당하면서 늘었어요(웃음). 일기처럼 글을 쓰는데 한번 발가벗겨지고 나니까 문장을 다시 보게 되고 쳐내게 되면서 훈련이 된 것 같아요."
구혜선 [사진=HB엔터테인먼트] |
2009년 첫 소설 <탱고> 이후 벌써 10년차 작가가 된 구혜선. 그의 다음 차기작도 벌써 준비돼 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내용으 로 남편 안재현과 본인의 이야기도 담길 예정이다.
"반려동물을 보면서 혼자 시를 많이 썼어요.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이 공감할 책을 계획하고 있죠. 가제는 '우리 집에 8마리 동물이 산다'에요. 저와 남편을 포함해 8마리 동물이라는 뜻이죠(웃음). 에세이 형식이라 직접 저희가 키우는 개, 고양이, 남자 사진도 나와요(웃음). 8월에 출간할 예정이에요."
물론 본업인 배우에 대한 열정도 가득하다. 다른 일을 많이해서 소홀해졌지만 현재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고. 열심히 계단을 오르고 살을 빼고 있는 구혜선을 브라운관에서 만날 날도 기대한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배우예요. 많이 변화하고 싶은데 '금잔디'의 이미지가 각인된 것 같아요. 제가 전문직을 연기하면 항상 논란이 일더라고요. 저도 잘 소화하고 대중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역할이 뭘까 고민이 커요. 액션도, 부잣집 딸 역할도,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웃음)."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