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융시장 기대 무시 못하고 금리 내릴듯
ECB 완화·연준 인하 단기 지속 등 달러 약세 제한 요인도
러시아 루블화·페소 러브콜
[편집자] 이 기사는 7월 4일 오전 11시1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상반기 미 달러화는 결국 지난해 말 대비 보합세를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적 기조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다른 국가 대비 양호한 미국 경제 성장세는 달러화를 지지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는 하반기 결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7월로 역사상 최장기 확장세를 기록하게 되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결국 꺾일 것이라는 예상 역시 달러화의 힘을 뺄 것으로 보인다.
달러 약세 전망은 그동안 약세를 보인 일부 신흥 통화의 반등 기회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단기에 그치고 미국보다 다른 나라의 경제가 시원찮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달러화 약세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 “연준, 트럼프 아닌 시장 눈치 보고 금리 내린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말 대비 보합으로 상반기 거래를 마쳤다. 분기 기준으로 2분기 달러화는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약세를 기록했다.
연준은 지난 1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사실상 종료하고 상반기 내내 기준금리를 2.25~2.50%로 유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에 50bp(1bp=0.01%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대놓고 주문했지만, 연준은 통화정책 결정에 인내심을 유지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장기화와 계속해서 연준의 목표를 밑도는 물가는 상반기 말 연준을 흔들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경제 확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특히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 한 금융시장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이 단기적 정치 압박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협박 때문에 통화정책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를 꺾고 경제 주체들의 신뢰를 훼손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데 실패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7% 급락하고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2%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게 골드만의 판단이다.
골드만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을 실망하게 할 것이라는 공포 때문에 연준은 금리를 7월 금리를 50bp 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냇웨스트 마켓의 만수르 무히-우딘 선임 거시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금융시장은 세계 무역 갈등이 완화하더라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크게 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식과 원자재, 신흥시장과 같은 위험 자산은 랠리를 펼칠 것으로 보이고 달러와 엔, 스위스 프랑과 같은 안전자산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달러 약세가 제한적일 수 있는 이유
다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화 약세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도 중기적으로 달러화 반등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의 캘빈 체 외환 전략가는 “연준은 달러 사이클을 끝내는 주체가 아니다”면서 연준의 첫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달러화가 즉각 약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몇 달 이후에는 강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이것이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 아닌 ‘선제적’ 혹은 ‘보험적’ 금리 인하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도이체방크 자산운용의 디팩 퓨리 수석 투자책임자(CIO)는 7월에 세 차례의 금리 인하 중 첫 번째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면서도 2020년 3월까지 연준이 금리 인하를 마칠 것으로 예상했다.
퓨리 CIO는 단기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주요 10개국(G10) 통화 대비 여전히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다른 경제보다 양호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 역시 달러 약세를 제한할 수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3.1%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 경제는 2분기 1.5%의 성장에 그쳤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유럽과 중국 등 다른 경제 성장 전망은 더욱더 어둡다. 독일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최근 0.5%로 절반이나 하향 조정했으며 세계은행(WB)은 최근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1월보다 0.4%포인트 내린 1.2%로 제시했다.
골드만의 제크 팬들 수석 글로벌 외환 전략가는 “연준이 경제 호황 속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 달러 강세의 재료가 아니었듯이 부정적인 세계 경제 전망의 맥락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달러 가치 급락의 재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 유럽도 완화 조짐, 불안한 브렉시트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 조짐도 하반기 외환시장 전략 셈법을 복잡하게 한다. 당초 올해 여름 이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ECB는 이미 금리 인하 시기를 한참 미뤘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ECB가 필요시 추가 부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주요국 국채금리가 낮아질대로 낮아지고 위기 이후 한 번도 금리를 올린 적 없는 ECB에 정책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메르츠방크의 에스더 리첼트 외환 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ECB가 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는 연준보다 제한적이며 이것이 유로화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불확실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 파운드화는 계속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상반기 지난해 말 대비 0.39% 하락했다.
파운드의 운명을 가를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은 좀처럼 사라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오는 10월 31일 EU와 합의가 있든 없든 영국이 EU를 탈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문디의 안드레아스 코닉 글로벌 외환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투자자들은 ‘노 딜’ 위험이 다시 증가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파운드 포지션을 줄였다”며 “경제 성장이나 중앙은행의 정책 등 보다 분명한 다른 통화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메르츠방크의 투 란 응우옌 외환 전략가는 “파운드화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11월 초까지 뚜렷한 반등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중앙은행이 약한 세계 성장 전망으로 통화정책 완화를 시작한 상황에서 실제 경제 상황 역시 중요한데 영란은행(BOE) 역시 이렇게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며 파운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달러화 약세 전망이 강해지면서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일부 신흥국 통화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고개를 들었다. 모건스탠리는 신흥국 통화가 하반기 강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러시아 루블과 인도 루피, 라틴아메리카 통화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불확실성에 덜 영향을 받는 통화가 유리하다. 핌코의 사친 굽타 글로벌 포트폴리오 데스크 책임자는 한국 원화나 대만 달러보다는 멕시코 페소와 러시아 루블을 주목했다.
최근 달러화 강세가 주춤하는 사이 랠리를 펼친 스위스 프랑의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스위스 프랑의 경우 유로존 경제와 완전히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