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젊은층을 겨냥한 SNS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원래도 페이스북 등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아베지만, 최근엔 유명 연예인들과 찍은 사진을 자주 올리는 등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움직임을 많이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3일 아베 총리의 SNS 활용을 다루며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청년층에 접근하려는 생각이 명백하다"며 "이 같은 방식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책논의보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우)일본 총리가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참석 차 오사카(大阪)에 방문했을 당시 아이돌 그룹 칸쟈니∞(에이또)의 무라카미 싱고(村上信五)와 찍은 사진. [사진=일본 총리관저 인스타그램] |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직전이었던 6월 27일. 아베 총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건 아이돌 그룹 '칸자니∞(에이또)'의 무라카미 싱고(村上信五)와 함께 웃는 사진이었다. G20 개최지 오사카(大阪)에서 무라카미 싱고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취재를 받았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총리관저 인스타그램은 해당 사진에 "#싱고와 #신조가 #왓핫하"(#シンゴと#シンゾーで#ワッハッハー)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칸자니∞의 인기곡 '왓핫하'(ワッハッハー) 제목을 본떠 아이돌 팬들을 겨냥한 것이다.
아베 총리의 SNS에 연예인 사진이 올라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6일엔 총리관저에서 요시모토(吉本)신희극에 출연하는 개그맨들과 만나 총리 관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진행하기도 했다. 5월 12일엔 아이돌 그룹 토키오(TOKIO)와 식사하는 사진도 올렸다.
연예인과 찍은 사진은 평소 아베 총리에 관심없는 이들에게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아사히는 미국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크림슨 헥사곤 사를 통해 토키오와 찍은 사진이 트위터에서 얼마나 확산됐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5월 12~13일 간 3460만명의 트위터 이용자가 해당 사진을 본 것으로 추계됐다.
총리관저의 SNS 운영은 민간기업에서 파견된 이들을 포함, 내각공보실의 20~30대 젊은 직원 10여명이 담당하고 있다.
아베 총리와 관저가 SNS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지층을 굳히기 위해서다.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내각 지지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18~39세 남성이다. 아베노믹스의 효과나 고용환경 개선으로 인해 정부에 호감을 갖기 쉬운 연령층이란 특징이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는 신문을 읽지 않는 계층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이들은) SNS로 보게 된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연예인들과 사진. 왼쪽 사진은 인기 아이돌 그룹 토키오(TOKIO) 멤버들과 찍은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유명 배우 오오이즈미 요(大泉洋·우), 다카하타 미쓰키(高畑充希·좌)와 찍은 사진. [사진 = 아베 신조 총리 인스타그램] |
◆ 정책 논의보다 이미지를 중시한다는 비판도
아베 총리의 이 같은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렌호(蓮舫) 입헌민주당 부대표는 지난 5월 "벚꽃을 보거나 연예인을 만날 시간이 아베 총리에게 있다면 국회에 와야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회 예산위원회 개최에 응하지 않는 자민당과 총리에 대한 비판이었다.
유명 배우 다카하카 미쓰키(高畑充希)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베 총리와 찍은 사진을 올리자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적인 코멘트가 달렸다. 해당 코멘트에는 26만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또한 SNS를 통해 강조하는 이미지가 평소 자민당 정책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있다. 자민당은 레이와(令和)시대가 시작된 5월에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홍보전략 '#자민당 2019'를 시작했다. 18~25세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지 'ViVi'와 손을 잡은 홍보기획에선 SNS에서 유명한 여성들이 Diversity(다양성)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신문은 "지난 6월 도쿄도 의회가 선택적 부부별성제도 법제화를 재촉하는 의견서를 국가에 제출하는 방안을 찬성다수로 채택했을 땐 자민당만 유일하게 반대했다"고 꼬집었다. 홍보 기획에서 말하는 내용과 실제 정당의 행보가 다르다는 뜻이다.
수필가인 노마치 미네코(能町みね子)는 "어렴풋하게 '같은 편입니다'라고 내세우는 방법 같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뉴스 타이틀만 보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겉으로 보여지는 쪽이 보다 더 설득력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