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연인의 배신으로 지옥 속에 살게된 로이(벤 포스터)는 우연히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소녀 록키(엘르 패닝)를 만난다. 처음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의지할 사람도 갈 곳도 없는 록키가 불쌍하긴 했지만,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로이에게 록키는 짐일 뿐이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로이는 록키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특히 자신의 눈빛을 닮은 록키를 보며, 그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로이는 록키의 동생과 관련된 비밀을 알게 되고 둘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진다.
영화 '갤버스턴' 스틸 [사진=유로픽쳐스] |
영화 ‘갤버스턴’은 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의 여섯 번째 연출작이자 첫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원작은 미국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시리즈와 영화 ‘매그니피센트7’(2016) 각본가인 닉 피졸라토가 2010년 출간한 동명의 장편 소설. 영화 역시 닉이 직접 각색을 맡았다.
소설은 출간 당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뤽 베송 감독의 ‘레옹’(1994)이나 엘르 패닝의 언니 다코타 패닝이 출연했던 ‘맨 온 파이어’(2004), 한국 영화로는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2010) 등에서 봤던 흔하고 또 빤한 스토리다. 액션을 베이스로 한 중년 남성과 소녀의 기묘한 동거, 그 안에서 피어나는 우정(혹은 그 이상의 감정)이 큰 줄기다. 더욱이 출생의 비밀 등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설정까지 가지고 와 충격(?)을 더한다.
배경을 텍사스의 갤버스턴으로 선택해 여러 의미를 담고자 했지만, 국내 관객에게는 그 역시 크게 공감을 주지는 못한다. 갤버스턴은 한때 ‘남부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며 경제적 번영을 누렸던 도시다. 그러나 주요 항구 도시 역할을 뺏기고 여러 차례 허리케인 피해까지 입으며 ‘비운의 소도시’로 불렸다. 영화는 도시의 이런 희비에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빗대 극적 효과를 높이려 했다. 하지만 언급했듯 국내 관객이 갤버스턴에서 아름다운 휴양지 이상의 의미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로이와 록키는 벤 포스터와 엘르 패닝이 각각 연기했다. 익숙한 서사에도 스토리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었다면, 그건 온전히 두 배우의 공이다. 이들은 변화하는 관계 속 각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 영화의 TMI를 하나 덧붙이자면, 극중 티파니를 연기한 아역 배우는 한 명이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에도 출연했던 애니스턴 프라이스와 틴슬리 프라이스로 둘은 일란성 쌍둥이다. 오는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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