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반바지 가능한 완전자율복장제 확대
외부출신 CEO도 OK...72년 이어진 ‘순혈주의’ 타파
하향식 의사결정과정은 토론식으로..소통공간 마련에도 적극적
[편집자] '젊은 회장'으로 관심을 모았던 구광모 LG그룹 호(號)가 오는 29일로 출항한 지 꼭 1년이 됩니다. 만 40세의 젊은 총수는 72년이 된 LG그룹을 여러 모로 새롭게 바꾸고 있습니다. 격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과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조직문화를 비롯해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겁니다. 또, 미래성장동력 발굴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핌은 이를 짚어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보수적에서 실용적으로, 순혈주의에서 개방형으로, 하향식에서 수평적으로.
젊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1년간 LG그룹의 조직문화 변화는 이런 키워드로 요약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첫 경영행보로 R&D 인재육성을 위한 행사에 참석했다. 자리에서는 R&D 육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LG] |
LG그룹과 주요 계열사들이 들어선 LG트윈타워에서 청바지와 반바지를 입은 임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감색 정장과 넥타이를 맨 이들보다 많다. 구 회장이 비즈니스 캐주얼 착용을 허용했던 기존의 자율복장제에서 더 나아가 완전자율복장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완전자율복장제는 현재 LG 대부분의 계열사에, 전 근무일로 확대 적용됐다.
그룹 내 순혈주의 타파도 구 회장의 업적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구 회장이 주도한 첫 정기인사에서 LG그룹의 모태인 LG화학 신임 대표이사(부회장)에 3M 출신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 LG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가 LG화학의 CEO로 임명된 것은 지난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지주회사인 ㈜LG의 경영전략팀 사장에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의 홍범식 대표를 영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홍 사장은 ㈜LG에서 사업포트폴리오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부품팀장으로는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 김형남 부사장이 발탁됐다.
◆"회장 말고 대표로 불러달라"
하향식 구조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던 LG그룹의 의사결정과정도 구 회장 취임 후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다. 취임 직후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 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회장이 되고 나서 별도의 취임식도 열지 않았다.
직무 중심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은 회사 전체 직급체계 간소화로도 이어졌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일반적인 5단계에서 사원-선임-책임의 3단계로 정리한 것이다.
지난 1월엔 임직원들과 서열 순으로 악수하며 진행되던 기존 신년회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인사를 나누는 새해인사모임을 가졌다.
연 2회 진행되는 사업보고회는 토론방식으로 바꿨다. 사업보고회는 이전까진 일방적인 실적점검과 각 계열사들이 미래계획을 발표하는 하향식 구조였다. 사업보고회가 토론방식으로 개편되면서 핵심화두를 놓고 경영진들이 치열하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향식으로 회장 메시지가 전달됐던 분기 임원 세미나도 보다 수평적인 형태의 월례 세미나 ‘LG포럼’으로 거듭났다. 임직원들은 LG포럼에서 LG경제연구원이 선정한 주제 아래 토론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다. 포럼에서 주제와 관련된 전문가를 초청해 심층 토론도 진행한다.
◆'살롱 드 서초' '다락' 소통의 요람으로
최근엔 LG전자의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에 직원들의 소통을 장려하는 공간을 조성했다. 연구원들이 소속과 직급에 무관하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문화활동을 즐기는 곳으로 ‘살롱 드 서초(Salon de Seocho)’라는 이름이 붙었다. LG전자는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도 경영진과의 오픈 커뮤니케이션, 재능기부 수업, 소규모 행사가 가능한 ‘다락(多樂)’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 같이 그룹 전체의 조직문화에 새 바람이 불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짐은 물론 앞으로 그룹 혁신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해 구성원들이 지속적인 고객가치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자율과 주도성, 새로운 시도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려 한다"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