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설노동자, 열악한 환경·일상화한 성폭력에 노출"
"화장실, 탈의실도 없어...농담 빌미삼은 성희롱 만연"
"성차별·성폭력 없는 건설현장 요구"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편견과 차별, 성폭력이 만연한 현장의 실태를 고발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연맹) 여성위원회는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의 날을 맞아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만연한 성폭력을 알려 건설산업의 남성중심적 편견을 바로잡고 성차별적 현실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건설연맹은 “건설산업은 높은 노동강도와 위험성으로 남성만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상당수 여성노동자가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여성 건설노동자 숫자가 적지 않지만 현장 내 편의시설이 없어 기본적 생리현상도 해결할 수 없고 농담을 빌미삼아 일상적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열린 ‘건설현장 여성노동자 실태고발 기자회견’에서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6.18 alwaysame@newspim.com |
건설연맹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건설산업 종사자 가운데 여성노동자의 비율은 9.5%이며 매년 증가 추세다. 전체 건설업 종사자 130만여명 중 여성은 13만명에 이른다.
건설연맹은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라며 “마음 편히 생리현상을 해결하도록 수도가 설치된 화장실, 눈치 보지 않고 작업복을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실, 작업이 끝나고 먼지를 씻어낼 여성 샤워실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설치해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노동자들은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없던 일로 무마되고 원치 않는 합의를 강요당하거나 일자리에서 쫓겨나야 한다”며 “현장 안전과 공사를 담당하는 원청 관리자들도 모두 남성들이며 반장, 팀장 등 채용과 급여를 결정하는 힘 또한 남성들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성별 분업에 대한 편견으로 여성은 건설산업 진입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 저임금 미숙련 노동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며 “결혼, 출산, 육아, 가사 등 돌봄과 재생산의 대부분을 강요당해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고 승진, 배치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수립에 여성위원 참여 보장 △발주처·원청 건설현장 내 여성 편의시설 설치 △공공·민간기관 기능훈련 및 취업알선 담당자 성인지 교육·성평등 의식 향상 교육 실시 △여성노동자 건설 직종 기능훈련 참여 확대 및 고과 반영 등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A(48)씨는 “처음 현장에 나갔을 때 ‘남편은 어딨냐’ ‘나랑 살면 편하게 살 수 있다’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언행들이 많았다”며 “여성노동자도 건설노동자고, 현장에서 당당히 살아가고자 하는 기능인이다. 이런 차별과 폭력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B(49)씨도 “처음 현장에 들어갔을 땐 ‘여자가 어떻게 일을 하느냐’ ‘’여자는 힘들어서 못한다’ 등 각종 편견에 시달렸지만 현장에 있는 여성노동자 대부분은 제 몫을 하면서 일하고 있다”며 “기능훈련을 통해 여성들이 진입하고 일할 기회를 제공하면 여성들도 어엿한 건설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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