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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들의 반란'..정비조합들, 서울시 인허가지연에 "대결 불사"

기사입력 : 2019년05월21일 10:13

최종수정 : 2019년05월21일 11:25

"서울시, 법위에 존재하는거 없다더니 법 맞춘 정비사업은 왜 안해주나"
조합·기업, 서울시 '미운 털' 감수하고 소송전 잇달아 추진할 듯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시의 재정비사업 인허가 지연에 조합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법적요건을 갖췄음에도 고의로 인허가를 지연시키는 '부작위(不作爲)'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이에 따라 이들 '을'의 대응도 고도화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서울시청 앞 항의 집회 정도가 아닌 언론·미디어를 활용한 서울시와의 여론전과 법정 소송을 병행하고 있는 것. 대응 강도도 높인다는 전략이다. 줄소송을 마다 않고 서울시의 '액션'이 없으면 취하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구상하고 있다.

21일 서울 재정비사업 조합·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의 건축심의 인허가와 구청에 위임된 사업계획시행인가, 관리처분 인가 지연에 대한 해당 주민들의 반발이 구체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해제가 된 취소된 종로구 사직2구역 조합원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법까지 바꿔가며 무소불위의 행정폭력을 일삼는 박원순 시장을 막아 주세요!'라는 주제로 청원을 올렸다.

청원에서 사직2구역 주민은 이미 오래 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지만 종로구가 인가를 하지 못하도록 서울시가 틀어막았다면서 조례를 만들어 시장 직권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재개발을 취소시켰다는 상황을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구역 지정해제가 취소됐지만 역사문화 가치 보전을 위해 법개정도 불사하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청원을 한 것이다.

이같은 사직2구역의 청원은 단순히 한 개 정비구역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유효한 청원인(20만명)을 얻긴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시의 부작위에 대해 시청 앞 집회 수준의 반발만 했던 정비구역의 입장이 바뀌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서울광장 집회에 참가한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들 [사진=이동훈 기자]

특히 이들 재정비사업 조합원이나 주민은 서울시가 고의적으로 재정비 계획 인가나 건축심의를 지연시키는 '부작위' 행정의 부당함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조합들은 사직2구역 대법원 판결에서 볼 수 있듯 상위 법 위반 사례를 찾아내 법정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내 한 재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서울시가 '찍어놓은' 사업구역은 아예 사업 추진이 안되는데 이유는 서울시나 자치구가 법적 요건에 맞춰 올린 사업 계획안을 아예 상정조차 하지 않는 '부작위' 행정 때문"이라며 "법적 요건과 서울시의 요구사항을 모두 맞춘 만큼 부결시킬 재간이 없기 때문에 아예 상정조차 하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재정비사업의 근거법인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조합)가 사업시행계획서를 제출하면 인가권자(서울시의 경우 구청장) 60일 이내에 인가 여부를 통보해야한다. 하지만 서울시내 정비사업 과정에서 이러한 기한 조항이 없는 서울시 심의에서 이같은 부작위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정비업계의 이야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다. 49층 재건축을 추진했던 두 단지 조합은 모두 서울시 정책 방향에 맞춰 최고 35층 사업계획을 새로 마련해 건축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두 개 단지는 모두 최종 건축심의가 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상정 되지 못해서다. 특히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잠실주공5단지는 서울시의 제안대로 국제현상설계 공모전을 열고 지난해 4월 당선작을 설계계안으로 올렸다. 하지만 현상설계를 마치면 곧장 수권소위원회를 열고 심의 과정을 완료하겠다던 서울시는 1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이 "집값 상승 우려가 있는 만큼 강남 재건축을 인허가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들 두 단지 재정비사업장 주민들의 반발이 더 심화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단지 조합원들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우선 '고전 전략'인 서울시청 앞 집회부터 열었다. 정비조합들은 일단 대시민 홍보에 촛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의 경우 자칫 '가진 자들의 몽니'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법·제도 아래서 정당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알려 나가겠다는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 관계자는 "이후에도 소규모 집회와 1인 시위 등을 이어갈 것"이라며 "아파트 옥상에 LED 전광판을 설치해 서울시의 부당함을 알리는 것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부작위가 계속될 경우 소송전으로 풀어나간다는 방침도 함께 세웠다. 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정비사업 추진은 서울시의 '승은'이 아니다"며 "법과 서울시 조례, 정책방향에 모두 맞췄는데도 이해할 수 없는 근거나 또는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뭉개기'로 일관하는 작태에 대해 법적 대응을 주저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 건축 인허가를 기다리는 기업들의 대응도 지금보다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포구 상암동 상업시설 부지를 서울시로부터 매입한 뒤 6년째 건축 인허가를 받지 못하자 부작위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한 롯데쇼핑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소송은 지난해 5월 서울시가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암 롯데몰 개발 계획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일단락됐다. 빠른 인허가와 서울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롯데측이 소송을 취하한 것. 

이후 1년 동안 롯데측은 서울시로부터 아무런 결과물을 얻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지 환매를 요구하는 등 '갑'인 서울시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웠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1년이 지났지만 소 취하 조건으로 시의 인허가 추진 제안을 좀더 기다려 볼 것"이라며 "그래도 변함이 없다는 그때 다른 방식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허가 지연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서울시의 행정은 도시계획 결정사항이나 사업장의 요구 사항에 대한 답변 등을 직접 통보받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된다는 점"이라며 "서울시 부작위 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인 셈"이라고 불만을 토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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