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시가 도심부 상업·업무지역에 임대주탹을 포함한 고밀개발을 추진할 계획을 세우자 서울시내 일반주거지역에 조성되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
일반주거지역에 조성되는 주거단지에는 서울시의 강력한 규제로 주거환경 측면에서 오히려 고급 주거지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서다.
반면 도심부 역세권에 주로 들어서는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고급화도가 지금부터 떨어지며 인기도 동반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7일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시의 강도 높은 규제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몸값'이 더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김진수 건국대 교수는 도심부에 공공임대를 확충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할 일이라면서도 자칫 주거기준이 낮은 임대주택이 양산되는 일은 조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조, 채광 등을 고려할 때 통상 주거에 적합한 용적률은 300%를 넘지 않아야한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층수가 낮아져 발생하는 문제점은 있지만 용적률 자체를 낮추는 것은 당장 사업성을 떨어뜨릴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주로 노후주택이 몰려 있는 일반주거지역에서 추진된다. 이에 따라 우선 개발 밀도가 낮다.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에서 추진되는 재건축의 경우 대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 비율인 용적률은 서울시 기준 300% 이하로 받을 수 있다. 또 경사가 높은 곳이 많은 재개발사업에선 230%이하 용적률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사문화도시'계획에 따라 공원과 주민공동시설 등이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비주거시설이 많아지면 당연히 조합원들의 '사업수익성'은 낮아진다. 수익성의 '척도'인 일반분양이 줄기 때문. 하지만 이처럼 단지의 '고급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향후 가치 상승에도 오히려 잇점이란 분석이 강하다.
단적인 사례를 경기 과천 주공 재건축단지에서 찾을 수 있다. 옛 과천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용적률 200% 단지 '래미안슈르'는 전용 59㎡의 현 매맷값은 상한가 기준 9억1000만원이다. 반면 2종 일반주거지역에 있어 용적률 170%로 지어진 옛 과천주공11단지 '래미안에코팰리스'는 전용 59㎡ 매맷값이 10억9000만원이다. 전용 84㎡도 12억5000만원의 매맷값을 보이며 11억6000만원인 래미안슈르를 웃돌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 전경 [사진=이형석 기자] |
낮은 용적률과 자연환경을 가미한 고급화된 단지가 이같은 차이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에서도 같은 시기 입주한 서초구 옛 반포주공2단지 재건축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주공3단지 '반포자이'도 매매 시세에서 차이를 보인다.
재건축 이전에는 터미널 주변 교통요지에 있는 반포3단지가 더 높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고급 아파트가 들어선 재건축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반포천을 비롯한 단지 주변 주거환경에서 후한 점수를 받는 래미안퍼스트지가 우위에 있는 것. 래미안퍼지스티의 매맷값은 소형주택인 59㎡의 경우 18억6000만원으로 18억1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된 반포자이를 살짝 웃돈다. 반면 중형주택인 전용 84㎡부터는 매맷값이 큰 폭으로 벌어진다. 래미안퍼스티지 84㎡는 25억2000만원으로 22억2000만원인 반포자이에 10%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금도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단지의 청약 열기는 뜨겁다. 최근 청약 접수를 받은 노원구 태릉 해링턴플레이스는 상대적인 입지 약점에도 불구 본청약에서 69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으며 무순위 접수에서는 365대 1의 경쟁룰을 기록했다.
또 순위내 청약접수에서 경쟁률 5대 1을 기록했지만 대규모 미 계약이 발생했던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는 무순위 청약에서 3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같은 재개발 단지의 인기를 감안할 때 단지 고급화가 이뤄진 지금부터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몸값이 더 올라갈 것이란 분위기가 강하다.
한남뉴타운3구역 주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상 재개발이나 재건축에서 지분값은 분담금을 합산한 금액과 준공후 예상시세와 맞춰지는 특성이 있는데 한남뉴타운3구역의 경우 수익성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분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결국 입주 이후 집값이 더 높게 형성될 것이란 기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심주변에 지어지는 주상복합의 경우 지금보다 인기가 낮아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서울시가 도심 상업·업무지역에 짓는 주상복합의 밀도를 높이고 임대주택을 더 받는다는 전략을 내세워서다.
용적률을 높여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시행자 입장에서는 당장 사업 수익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고밀도 주거시설의 노후화는 입주 10년부터 시작된다는 점과 상업지역은 주거환경에 불리한 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가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열악한 상업지역내 주거환경을 뒷받침 해줬던 단지의 고급화도 임대주택 입주로 인해 낮아질 것이란 예측도 도심주상복합의 한계성으로 지목된다.
김진수 교수는 "도심의 노후 공공기관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바람직한 전략이지만 민간영역에 대한 시행은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자칫 임대주택의 질을 떨어뜨려 사업성을 높이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고시원 수요에서 알 수 있듯 지금도 도심 수요는 출퇴근이 중요한 청년층을 비롯한 1~2인 가구인 경우가 많고 여유가 있는 수요층은 주거지역 거주를 원한다"며 "도심 고밀화 방침이 시행되면 이같은 현상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심주상복합에서 용적률을 추가로 받고 짓는 임대주택은 동을 분리해 오피스텔로 공급하지 않는다면 단지의 고급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높은 용적률에도 도심주상복합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고급화 전략 때문이었는데 밀도는 더 높아지면서도 고급성이 약화된다면 주상복합은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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