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증권·금융 은행

[뱅커스토리] 카카오뱅크로 간 뱅커…전월세대출 틀을 깨다

기사입력 : 2019년05월05일 06:00

최종수정 : 2019년05월05일 06:01

100% 비대면 전월세대출로 '히트'…1년 만에 1조원 돌파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이직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시중은행 영업창구나 대출상품개발부에서 흔히 쓰는 '임대인', '임차인'이란 어려운 단어를 카카오뱅크에선 듣기 어렵다. 대신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익숙한 말을 쓴다. 금융권 경력자보다 많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 직원들이 쉬운 단어로 바꿔 쓰자고 제안한 결과다. 

카카오뱅크에서 준(Jun)과 테디(Teddy)로 불리는 이준희, 박신건 상품파트 여신팀 전월세보증금대출 담당도 익숙한 것과 결별을 선언했다. 두 사람 모두 10년 가까이 일반 은행에서 일했지만 기존 관행에 과감하게 물음표를 던졌다.

고객들은 대부분 주말에 이사를 하는데 왜 대출은 영업일에 미리 받아야 하는지, 왜 대출 한도도 모르고 집을 계약해야 하는지 끊임없는 질문에서 100% 비대면 전월세대출이 나왔다. 출시 1년 만에 대출 약정액 1조원을 돌파한 카카오뱅크의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다.

◆ 갈증 해소 위해 카카오뱅크行…틀 깨기 도전

왼쪽부터 박신건(테디)·이준희(준) 상품파트 여신팀 전월세보증금대출 담당. [사진=카카오뱅크]

준은 2007년 KB국민은행에 입사했다. 주로 영업점에서 가계 대출을 담당하며 우수 실적 사원으로 은행장 표창까지 받았다. 그러나 갈증은 남았다. 창구에서 직접 맞닥뜨리는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해소하고 싶었다.

아쉬움을 느끼기는 테디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IBK기업은행에 입사해 상품 기획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상품에 대한 애착이 부족했다.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반영할 기회가 적었다.

두 사람은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뱅크의 문을 두드렸다.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상품부터 바꿔보자는 생각에 비대면 전월세대출을 기획했다. 카카오뱅크 고객층인 2030 세대에게 필요한 상품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출 상품을 팔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집을 계약하기 전에는 대출 한도를 조회할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소비자는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죠. 은행원 입장에선 대략적인 한도를 얘기해 줬다가 막상 대출이 안 나오면 민원이나 분쟁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고요."(준)

카카오뱅크는 대출 한도 사전 조회를 전월세대출에 적용했다. 계약 방식, 집 위치, 입사연도, 월 소득 등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예상 한도와 금리를 2분 내에 조회할 수 있다. 실제 대출 심사에선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소득증명 등 필요한 서류를 스크래핑 방식으로 모아 불필요한 대면 거래를 없앴다. 스크래핑은 국세청, 건강보험관리공단으로부터 카카오뱅크가 자료를 직접 받는 방식이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대출을 시행해 은행 영업일에 맞춰 이사를 하거나, 대출 이자를 더 낼 필요가 없다.

"카카오뱅크에서 경험한 가장 큰 차이는 상품을 만들 때 치열한 고민을 거쳐야 한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상품에 대한 정의를 해놓고 IT 담당자에게 요구하면 됐거든요. 다시 말해 기존 시스템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상품을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색다른 결과가 나오기 어렵죠. 반면 카카오뱅크에선 인프라부터 새로 만들어야 하니 관행이랄 게 없습니다. 기획자와 개발자들이 함께 머리를 모아 단어 하나부터 고민하죠."(테디)

◆ '내새끼' 같은 상품…추천 의향 100%

왼쪽부터 박신건(테디)·이준희(준) 상품파트 여신팀 전월세보증금대출 담당. [사진=카카오뱅크]

대출 서비스를 내놓고 연내 목표를 1조원으로 내세웠지만 걱정이 앞섰다. 카카오뱅크 출범 후 첫 상품이라 은행권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목표를 반도 채우지 못하면 어쩌나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대출 신청이 끝난 게 맞냐고 묻더군요.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불안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안심이 됐습니다."(준)

목표대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2월 대출 누적약정액 1조원을 넘어섰다. 은행이 영업하지 않는 시간에 대출을 받는 비율은 65%로 나타났다. 대출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인에게 상품을 추천하겠다는 응답은 100%였다.

"예전에는 상품 출시 이후 실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마감일에 맞춰 상품을 내놓으면 판매는 영업점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내 새끼'라는 애착이 생겨 고객 반응에 민감해지더군요."(테디)

준과 테디는 앞으로는 전월세대출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다. 지금은 소득 확인이 용이한 직장인만 대상으로 하지만, 사업자 등으로 고객 범위를 넓히려 한다. 전월세대출뿐 아니라 대면에서 이뤄지는 은행 거래를 비대면으로 모두 옮겨오는 게 중장기적인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은행이 되고 싶어요. 데이터 활용을 잘하면 고객이 많은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미리 필요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죠. 대출 만기일이 다가오면 알아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것도 가능해질 겁니다."(테디)

yrchoi@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외교부 1차관 인사 충격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국장급에서 일약 차관으로 직행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임명에 외교부가 술렁이고 있다. 외교부 조직과 인사를 총괄하는 책임자인 1차관에 현재 실장급(1급)보다 후배 기수인 박 차관을 전격 기용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이번 인사는 파격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박 차관은 전임 김홍균 1차관보다 외무고시 기수로 11기 아래이며 나이도 9살이나 어리다. 박 차관이 미국 관련 업무를 오래했다고는 하나 본부 주요 국장도 거치지 않았고 공관장도 특명전권대사가 아닌 총영사를 지냈다. 기수나 나이, 경력 모든 면에서 전례가 없는 인사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박윤주 신임 외교부 1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첫 출근을 하고 있다. 2025.06.11 gdlee@newspim.com 퇴직한 외교관 출신의 한 인사는 "차관이 실장보다 후배였던 경우는 외교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 정도 인사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박 차관은 민주당 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 정권인수위원회를 거쳐 이종석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밑에서 일했다. '자주파·동맹파 파동'으로 외교부 북미국장에서 물러난 위성락 현 국가안보실장도 당시 NSC에서 함께 일했으며, 위 실장이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일 때도 워싱턴 공관에서 함께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미국 심의관과 인사기획관을 거쳐 애틀랜타 총영사로 임명됐지만, 1년여 만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됐다. 외교부가 술렁이는 이유는 단순히 의외의 인물이 발탁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 차관 임명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전례없는 파격 인사로 조직에 충격을 가하고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민주당 정부가 집권했을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었으며, 실제로 외교부를 '손보려는' 시도도 자주 있었다. 노무현 정부때는 중앙인사위원회·행정자치부 출신의 차관을 임명해 조직 개편을 시도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주미 대사관의 한·미 정상통화 유출사건을 계기로 외교부 내 '친미 라인'을 제거하기 위해 과도한 징계를 가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외교부의 한 중견 간부는 "이번 차관 인사가 태풍의 전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외교부 내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박 차관 임명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2025-06-11 16:23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김현지 총무비서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인선도 추가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 인선의 핵심은 '실용'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기존에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성남·경기라인 인물들은 정부 요직에 내정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김현지 전 보좌관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때 시민운동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98년 당시 변호사이던 이 대통령이 설립을 주도한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으며 이곳에서 집행위원장, 사무국장 등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던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도 함께했다.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한 것. 이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시민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2011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도시 전문가 등이 주축이 된 민관 협력 기구 '성남의제21'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야 도청 비서관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김 전 보좌관은 '그림자 보좌'로 유명하다.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성향이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할 때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언론 노출을 지양해왔다. 또한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 전 보좌관은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고 조심성이 강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대장동 사건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당직을 내려놓은 영향도 있다. 김 전 보좌관이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전 보좌관이 맡게 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공무원 직제상 1급에 해당한다. 특히 대통령실 2급 이하 행정관 등 실무진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수석급 인선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 비교적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옅은 통합형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실무라인에는 김 전 보좌관처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복심'들을 배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1부속실장에 내정된 김남준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 의전비서관의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 인사비서관의 김용채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원외에서 이 후보를 후방지원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핵심인물들도 이재명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용조 혁신회의 집행위원장은 대통령 국가안보실 비서관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고문은 전남 경제부지사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와 더 긴밀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heyjin@newspim.com 2025-06-11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