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2일 직권남용 혐의 임종헌 17차 공판
박상언 부장판사 “청와대 요청…조심스럽게 인식”
[서울=뉴스핌] 이성화 수습기자 =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박상언(42·32기) 창원지법 부장판사(전 법원행정처 심의관)가 “임 전 차장 지시로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사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 전 차장의 17차 공판을 열고 박상언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02 mironj19@newspim.com |
박 부장판사는 지난달 증인으로 출석한 정다주(43·31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의 후임자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상고법원 입법 추진 관련 청와대 대응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
이날 검찰이 “지난 2016년 12월 VIP 하야가능성 보고서 작성을 임 전 차장이 지시했냐”고 묻자, 그는 “임 전 차장 지시로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관련된 다른 재판들을 검토해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요청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인식했다”며 “시기적으로도 민감해서 당시 이민걸 기조실장에게 보고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임 전 차장이 대통령 형상을 가면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이 있는데 민·형사상 어떤 법적 책임이 있는지 검토해서 청와대에 보내줘라”고 지시한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 측이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문서를 작성하라거나, 구체적으로 판매 행위를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는가”라고 묻자, 그는 “그런 지시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다만 “당시 청와대가 알아서 처리할 사항이어서 작성하고 싶지 않았지만 기관 협조 차원에서 검토했다”고 했다.
또 박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 지시로 특허법원 무효심판 인용률, 특허청 기술심리관 공정성 유지방안, IP허브법원 추진 보고서 등 특허재판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특허법원 판사들이 예전부터 문제점을 제기해온 부분들이고 서울중앙지법 지적재산권 전담 배석판사로 근무한 경험도 있어 관련자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7일 오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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