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초토화 시킨 화마에... 이재민 속출
집 잃고 대피소 옮겼지만 앞으로 막막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5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 마을을 집어삼킬 듯이 거세게 타오르던 불길은 어느새 잦아들었지만,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평생 살던 집을 하루 아침에 잃어버렸다는 김경자(67) 씨는 착잡한 마음에 연거푸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김 씨는 "며칠 전만 하더라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다"며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토성면 용촌리에 살던 이동만(62) 씨는 "갑자기 집에 불이 붙어 내가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며 "옷가지만 챙기고 헐레벌떡 뛰쳐 나왔다"며 전날 밤을 떠올렸다. 이씨는 씁쓸하게 웃으며 "다시 집을 가보니 형체만 남아있더라고. 다 녹아버렸어"라고 전했다.
[고성=뉴스핌] 황선중 기자 = 5일 강원도 고성군 천진초교에 설치된 이재민 대피소. 2019.04.05. sunjay@newspim.com |
정처를 잃은 이재민들은 천진초교에 마련된 총 51개동의 대피 텐트가 모자랄 정도로 쉼없이 드나들었다. 수용인원이 가득 찬 탓에 어쩔 수 없이 인근 대피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재민들도 많았다. 천진초교에 자리를 잡은 이재민들은 총 137명이었다.
고성군청 관계자는 "오늘 정오쯤 대피소를 열었는데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가득 찼다"며 "다른 대피소로 가신 이재민들의 수는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각 대피소에는 각종 기관에서 제공한 구호식품부터 심리상담 센터까지 마련돼 있었지만, 이재민들의 허망함을 채우기엔 부족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후 4시 천진초교 대피소를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민들을 체육관 등 대형 실내공간에 한꺼번에 수용하는 것을 가급적 지양하고 거주지에서 가까운 공공기관 연수시설 활용 등을 적극 검토해달라"며 "생필품에 대한 충분한 공급, 의료와 심리 치료 지원 등의 보호 대책도 적극적으로 해달라" 지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이날 토성면사무소 합동대책본부를 찾아 "당장 집을 잃으신 분에게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제도가 허용하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주택 복구를 지원하겠다"며 "이미 난 피해도 빨리 수습을 하고 이재민 여러분께서 최단 시일 안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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