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증권·금융 증권

속보

더보기

[국민연금 의결권①] '큰 손'국민연금, 주총 관행 바꾸다

기사입력 : 2019년04월05일 15:21

최종수정 : 2019년04월05일 15:55

조양호, 주주권 행사 통한 경영권 상실 첫 사례
기업도 배당확대·전자투표 도입 등 자발적 변화 시도
관치 우려·수탁위 전문성 부족엔 비판 목소리 커

[편집자주] 국민연금이 오랜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증시의 최대 큰 손임에도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는 거리를 뒀던 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부터 달라졌다. 배당을 더 달라는 요구에서 임원 보수 동결, 이사선임반대 등 적극적으로 한표를 행사했다. 이 결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못했다. 

국민연금의 이런 변신에 대해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의 긍정적 성과와 이에 대한 우려를 짚어보고
바람직한 주주권 행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을 찾아보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정기 주주총회가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세간의 눈은 온통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 쏠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걸린 대한항공 주총이 오전 9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27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사진=뉴스핌DB]

3월초 이사회를 소집한 대한항공은 일찌감치 조 회장에 대한 재선임 안건 상정을 확정했다. 이사회는 “대한항공 뿐 아니라 한진그룹의 주주가치 극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45년 이상 항공·운송 외길을 걸어온 조 회장의 연임이 필요하다”며 재선임안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땅콩 회항’으로 시작된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과 함께 조 회장 스스로 횡령 및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11.6%를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작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도입 이후 대기업 안건이 부결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정·재계는 물론 시민사회, 금투업계, 학계 등 사회적 관심이 한곳에 집중된 것이다.

전날까지 수 차례 회의를 개최한 국민연금은 격론 끝에 조 회장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 정관에는 이사 재선임시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투표 결과 조 회장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외국인·기타 주주들로부터 35.9%의 불신임을 받아 지난 1999년 이후 20년 만에 경영권을 내려놓게 됐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3월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부결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03.27 mironj19@newspim.com

◆‘주주권 강화’, 기업 변화 이끌어내다 

대한항공 사례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첫 경영진 교체라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불러왔다. 이번 결과가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섰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뜻한다. 단순히 기업에 투자하는 것만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주주가치 제고를 꾀하는데 목적이 있다.

2010년 영국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국내에는 2016년 12월 도입됐다. 초반에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소형 자산운용사 및 자문사를 중심으로 물꼬가 텄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최종 결정하며 급물살을 탔다.

일단 전문가들은 올해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총 문화를 바꾼 원년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과거 오너 일가 및 이사회 중심으로 진행됐던 정기주총이 기업과 주주 간 상호 소통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토론의 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된 이후 국민연금이 이를 시행하는 사실상 첫 해”라며 “오너라고 해서 자신의 마음대로 경영권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소유 주식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식 변화의 작은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주총 안건을 주주가 직접 상정하는 주주제안이다. 이를 통해 주주들은 배당성향 확대, 경영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을 회사에 정식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기업 역시 온라인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거나 자체적으로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일부 헤지펀드 및 행동주의펀드가 무리한 배당을 요구하는 공격적인 행태를 보이자 주주들이 이에 반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 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3.29 dlsgur9757@newspim.com

◆독립성·전문성 없는 의결권 행사는 ‘양날의 검’

반면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책임지는 재원인 국민연금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공공성에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춘 것 아니냐는 비판 또한 끊이지 않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앞으로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나 연구개발(R&D)에 쏟아 부어야 할 자원을 경영권 방어에 투입할 것"이라며 "경영자 관심과 기업자원이 국민연금보다 많은 우호지분 확보하는데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의결권행사 안건 및 주주권행사 관련사항 결정에 독립성을 부여하기 위해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를 새롭게 도입했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활동 및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기금본부 투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행사하되, 기금본부가 결정을 요청하거나 수탁위 주주권 분과위원 3인 이상 요구시, 공개활동 관련 사안의 경우 수탁위가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수탁위는 의결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권한에 비해 이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체가 없다는 단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또 위원 임명 과정상 외부영향력 배제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연금 및 기금운용 전문가가 없어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전문성 역시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병태 교수는 “국민연금이 결국 정권의 영향력 하에 있다는 점, 수탁위 내에 금융전문가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위험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결국 올해 주총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이끌어낸 변화의 흐름을 한국 자본시장 전체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마중물로 삼기 위해선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립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기업들이 가진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미래세대를 위해 안정성·수익성·공공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국민연금 운용 원칙이 하루 빨리 정립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mkim0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미중 관세협상, 명백한 중국의 승리"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미중 관세협상에 대해 중국내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승리'를 거뒀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중국의 매체들은 13일 일제히 미중관세협상 결과를 보도하고 나섰다. 관영매체들은 '승리했다'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논조를 유지했다. 중국의 SNS상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중국이 승리했다는 반응 일색이다.  12일 미중 양국의 협상단은 스위스 제네바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추가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5년전인 2020년 1월 타결됐던 미중 관세협상 결과와는 차이가 크다. 당시 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할 것을 약속했고, 강도 높은 지재권 보호 ,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 환율 투명성 강화 등을 보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관세를 일부 인하했다. 하지만 이번 미중 관세협상에서는 양국이 모두 동등하게 115%의 관세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중국의 미국산 물품 구매나 시장개방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양보 일변도였던 5년전과 달리 이번 미중 관세협상은 공평하고 평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이번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미국은 끝내 양보했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강대강 전술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양국의 제네바 경제·무역 회담 공동성명 발표는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승리이자 중국이 투쟁을 견지한 결과"라며 "미국의 무역 괴롭힘에 맞서 항쟁할 용기가 조금도 없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번 승리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논평했다. 광다(光大)증권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국제 무역 투쟁에서 패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굳건하게 맞선 결과 단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가장 먼저 미국에 대등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국내적 국제적으로 대응조치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자오상(招商)증권은 "중국은 미국과 공평하고 평등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중국은 우호적인 국가들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중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를 낮췄고, 기술 진보와 군사력 확충 등이 이뤄졌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지나치게 고무되는 것을 경계하는 논설기사도 나왔다. 신화사는 '중미 경제무역 회담이 세계 경제 압박을 낮추고 신뢰를 증진시켰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양국의 대화 재개는 기쁜 일이지만, 양국간의 의견 차이 해소는 복잡하고 어려우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ys1744@newspim.com 2025-05-13 09:53
사진
대법 "대법원장 청문회 출석 곤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오는 14일 예정된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12일 기자단 공지를 통해 "재판에 관한 청문회에 법관이 출석하는 것은 여러모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며 "출석 요청을 받은 16명의 법관 모두 '청문회 출석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스핌DB]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심리·선고해 사실상 대선에 개입했다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등을 의결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과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11명이 전원 채택됐으며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 판사들도 포함됐다.  shl22@newspim.com 2025-05-12 18:2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