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주주총회 "확 바뀌었다"
CEO 프레젠테이션·케이터링·한문투 정관 한글로
[서울=뉴스핌] 성상우 기자 = # 총회 성립 선언을 마친 박정호 사장이 곧바로 단상에 섰다. 한 가운데 스크린엔 SK텔레콤의 각 부문 사업 현황이 담긴 슬라이드가 나타났다. 박 사장은 주요 사업 현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했다. 이어 유영상 MNO사업부장, 윤원영 미디어사업부장, 최진환 보안사업부장이 차례로 나와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발표가 끝나자 '주주와의 대화' 순서가 이어졌다. 한 주주가 일어나 "연임하셨으면 좋겠다"고 하자 박 사장은 "감동받았다"며 웃었다. 주총장에 참석한 청중들 사이에서도 폭소가 터졌다. 여타 주총장에서 반드시 들리는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는 이날 없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SK-T타워 4층 수펙스홀 강당에서 열린 SK텔레콤 주주총회의 풍경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주총을 "확 바꾸겠다"고 미리 예고한 바 있다. 주주친화 경영 강화의 일환이다. 한마디로 회사가 지난해 어떤 사업을 했고 성과는 어땠는지, 올해 이후 전망은 어떤지 등에 대해 주주들이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제대로 설명하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26일 서울 중구 SKT 본사 사옥에서 열린 SKT 주주총회 [사진=SKT] |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선 △의사봉이 없어졌고 △참석자들에겐 케이터링 서비스가 제공됐으며 △주주들이 대표이사와 대화할 수 있는 순서도 포함됐다. 앞서 주주들은 주총에 참석하기 전 15페이지 분량의 상세한 사업 설명 자료를 각 가정에서 미리 받아봤다. 한문으로 작성된 기존 정관 문구는 모두 한글로 바꿨다. 주주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크고 작은 개선 조치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같은 주총 개선 계획은 1년전부터 기획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올해와 같은 포맷은 작년 주총 직후부터 검토한 것"이라며 "작년엔 이른바 '주총꾼'들이 많이와서 주총이 주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이에 IR 관련 부서들이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서 오늘 같은 형식을 시도해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가 다소 형식적이고 권위적으로 들리는 측면이 있어 이를 없애기로 하는 등 여러 개선 사항들을 고민했다"면서 "이같은 주총 형식은 주총 참석자들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지속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주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등 이번 주총같은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계열사는 SK그룹 내에서 SK텔레콤이 처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주주친화 경영' 기조를 박정호 사장이 선제적으로 현장에 반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친화 경영은 최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최근 강조하고 있는 항목이다. SK그룹은 최근 1~2년 사이 지주사 최초로 주총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주력 계열사 주주총회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주총 '분산개최'를 시행하는 등 주주친화 행보를 이어왔다. 주주 가치 확대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키우자는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정책들이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2018년 재무제표 승인 및 현금배당 확정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 주요 안건이 승인됐다.
박 사장은 주주들에게 "우리는 1등 통신회사임과 동시에 보안·커머스·모빌리티·AI·반도체 역량을 갖고 있는 ICT 복합기업"이라면서 "올해에도 주주들의 지지와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훨씬 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