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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조던 필 감독의 확장된 시선…미국사회 겨냥하다 '어스'

기사입력 : 2019년03월27일 09:01

최종수정 : 2019년03월27일 09:08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1986년 미국 산타크루즈 해변의 놀이공원. 어린 애들레이드는 부모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의문의 놀이 시설에 들어간다. 거울로 가득 찬 방에서 애들레이드가 마주한 건 다름 아닌 자신의 도플갱어다. 이 일로 충격을 받은 애들레이드는 정신과까지 다니며 치료를 받는다. 

애들레이드(루피타 뇽)가 다시 산타크루즈 해변을 찾은 건 성인이 된 후다. 그는 남편, 딸, 아들과 함께 그곳 별장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과 달리 애들레이드는 어릴 적 악몽을 떠올리며 계속 불안해한다. 그리고 그날 밤 자신의 가족과 똑같이 생긴 이들이 찾아온다.  

영화 '어스' 스틸 [사진=UPI코리아]

영화 ‘어스’는 데뷔작 ‘겟 아웃’(2017)으로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조던 필 감독의 신작이다. ‘겟 아웃’은 공포물이란 틀 안에서 인종 차별이란 화두를 던지며 화제를 모았다. ‘어스’ 역시 ‘겟 아웃’처럼 공포 장르를 차용했다. 흑인 문제를 여전히 다루나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아니다. 조던 필 감독은 시야를 더 넓혔다. 이번에는 인종 문제를 넘어 이민자, 계층, 가부장,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등 현 미국 사회를 어지럽히는 다양한 문제를 짚어낸다. 

제목인 ‘어스(US)’는 중의적 의미로 사용된다. ‘어스’는 ‘우리’인 동시에  ‘미국(the United States)’의 뜻을 담고 있다. 정체를 묻는 애들레이드에게 도플갱어가 “우리는 미국인”이라고 답하거나 “우리도 너희랑 똑같은 인간”이라고 받아치는 장면은 미국 사회, 특히 자국민 우선정책에 급급한 트럼프 정부를 향한 일침으로 읽힌다.

던지는 화두가 많으니 상징도 더욱 풍성해졌다. 대표적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Hands Across America)’ 캠페인이 있다.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는 빈곤층을 돕기 위해 1986년 미국에서 진행된 인간 띠 만들기 캠페인이다. 조던 필 감독은 이를 통해 당시 사회를 지배한 신자유주의와 그때 초래된 불평등과 양극화가 이어지는 현 세태를 동시에 꼬집는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예레미야 11장 11절(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에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은 가족의 재앙을 예고하는 장치로 쓰인다.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상징들처럼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 '어스' 스틸 [사진=UPI코리아]

이질감을 주는 음악은 또 다른 공포 요소다. 조던 필 감독은 ‘겟 아웃’을 함께한 작곡가 마이클 아벨스와 한 번 더 호흡을 맞췄다. 도플갱어를 상징하는 주제곡부터 응원가와 합창의 요소를 결합한 사운드는 낯설면서도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며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독특한 연출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특히 후반부에서 두드러지는데 엔딩을 장식하는 발레신이 압권이다. 어린 시절 애들레이드 윌슨과 도플갱어가 교차로 등장하며 ‘호두까기 인형’의 발레 안무를 선보이는 장면이다. 이 시퀀스는 성인이 된 두 사람이 펼치는 격투 장면과 또 한 번 교차된다. 캐릭터들의 불안한 감정선을 전달하는 동시에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도플갱어란 소재 자체가 주는 공포도 분명 존재한다. 조던 필 감독은 “우리 자신의 최대 적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라는 개념이 나를 매료시켰다. 누구나 그 사실을 알지만 진실을 숨기려 하고 타인을 원망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괴물은 우리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팬서’(2018) 속 나키아로 익숙한 루피타 뇽의 열연은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그는 애들레이드와 애들레이드의 도플갱어 레드 역을 맡아 1인 2역을 소화했다. 루피타 뇽은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와 섬뜩한 얼굴의 도플갱어를 완벽하게 오간다. 오늘(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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