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SNS서 "피해자인척 하는 불법체류 무리 나가라" 등 발언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연금기구가 SNS 익명 계정 문제로 소속 간부 직원을 경질시켰다고 26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해당 직원은 외국인 등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연금기구는 25일 가사이 유키히사(葛西幸久) 세타가야(世田谷)연금사무소 소장에게 신용실추행위 혐의가 있다며 경질했다. 현재 처분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구에 따르면 해당 소장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입장에 있지만, 아직까지 개인정보를 부정이용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연금기구는 공적연금인 후생연금과 국민연금의 운영 사무를 맡는 특수 법인으로, 해당 직원은 공무원으로 간주된다.
문제가 된 가사이 유키히사 일본연금기구 세타가야 연금사무소 소장의 트위터. 이전에 올린 글을 지우고 사죄글만 남아있다. [사진=트위터] |
신문에 따르면 해당 소장의 익명계정은 3월 중 올린 글에 재일외국인에 대해 "피해자인 척 불법체류하는 무리들은 나가라"라는 주장하는가 하면, 국회의원에 "매국", "국적(国賊)"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가사이 소장이 해당 계정을 통해 오랜기간 글을 올려왔기 때문에, 과거에 올린 정보 등을 종합해 실명이 발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연금기구에 따르면 해당 소장은 지난 24일 리스크관리부에 "익명 트위터 계정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올렸다"고 보고했다. 그는 그날 트위터에도 "깊은 사죄와 함께 앞으로 두번 다시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과거에 올린 글은 모두 삭제됐다.
일본연금기구는 "차별적인 발언은 있어선 안된다"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도 25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연금기구가 후생노동성의 지도감독 하에 재발방지를 철저히 하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가사이 소장의 익명계정을 통해 "반일"이라고 비난받았던 정신과의사 가야마 리카(香山リカ)는 "차별 발언을 반복하는 차별주의자가 소장을 하고 있다니 쇼크"라며 "(연금과 관련해) 공정한 심사를 했는지 우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인터넷 익명글과 관련해선 지난 2013년 부흥청 간부 직원이 트위터를 통해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을 욕했던 게 발각된 적이 있다. 당시 총무성은 국가공무원의 SNS 이용과 관련해 △비밀보호의무 △신용실추행위 금지 △정치적행위제한에 위반하는 발언 △근무시간 중 이용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당시 이같은 내용을 만드는데 참여했던 이타구라 요이치로(板倉陽一郎)변호사는 해당 기준이 일본연금기구 직원에게 적용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타구라 변호사는 "공무원에게도 표현의 자유는 당연하고, SNS에서 사회 일반사상에 대해 평론하는 건 문제가 없다"면서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올리는 건 법률에 반할 뿐만 아니라 신용실추 행위에 해당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모로오카 야스코(師岡康子)변호사는 "2016년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 시행됐지만 익명글은 실질적으로 방치됐다"며 "차별적인 글은 특정 집단에는 '뭐든 해도된다'라는 분위기를 만들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와 균형을 맞춘 법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