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교육 문의 30%이상 올라"..베이비시터 구하려고 '웃돈'까지
사립유치원 불신으로 등 돌린 부모들 "유치원 대신할 방법 찾아"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 유치원에 어떻게 자녀를 보낼 수 있겠어요” 경기도 광명에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 A씨는 최근 자녀들에게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이번 사립유치원 휴원 사태가 계기였다. 유치원들이 무책임하게 휴원이나 폐업을 무기로 정부와 협상에 나선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4일 오전 출근시간대 경기도 한 지역의 보육시설 인근 모습 [사진=순정우 기자] |
홈스쿨링에 대해 잘 몰랐던 A씨는 기본적인 유치원의 기본적인 커리큘럼만 따라하고 있다. 유명 교재, 교구 등은 중고로 구해 활용하고 있다. 교재나 교구를 마련하는 첫 달을 제외하면 별다른 교육비도 들지 않는다. 한 달에 60만원을 웃돌았던 유치원 비용과 비교하면 식비나 교재비용을 합쳐도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A씨는 무엇보다 자녀의 발달·교육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A씨는 “홈스쿨링은 전문적인 교육과정이 아니다 보니 시작 전에는 불안함도 컸는데, 걱정보다는 훨씬 쉽고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많은 것 같다”며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사립유치원에 무조건 보내기 보다는 하나의 대안으로 홈스쿨링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3살 자녀를 키우는 회사원 B씨는 유치원비를 훌쩍 넘는 비용을 주고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다. 당초에는 아내가 자녀를 사립유치원에 보내자는 의견을 냈지만, 유치원 집단 휴원·폐원 논란이 일면서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직전까지도 B씨의 아내는 유치원이 아닌 개인에게 아이를 맡기기 불안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지인을 통해 유아만 전문으로 돌봐주는 베이비시터를 구했고, 현재 B씨와 아내 모두 만족해하고 있다. 특히 유아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베이비시터라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정서발달 프로그램도 진행해주고 있다.
비용은 월 200만원으로 적지 않지만, B씨와 아내는 당분간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고 추후에 홈스쿨링도 함께 병행한다는 계획도 짰다.
B씨는 “사립유치원 비리나 집단 폐원 등의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아이를 믿고 맡길 유치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안하게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보다는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비리·집단 폐원 사태 등을 계기로 홈스쿨링에 도전하거나 베이비시터를 구하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스쿨링은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주도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을 말한다. 획일적인 교육 대신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비전문적인 교육과정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의무교육과정인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홈스쿨링을 할 수 있다.
[수원=뉴스핌] 정은아 기자 =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개학 연기를 강행한 가운데 4일 수원지역 한 원아가 수원교육지원청이 개학연기하는 사립유치원 원아들 대상으로 마련한 임시돌봄서비스 유치원에서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다. 2019.03.04 |
최근 사립유치원 사태로 불신이 커지면서 홈스쿨링을 시도하거나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유아교육업체는 홈스쿨링 지도방법을 교육하는 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신청자 대부분은 전업주부들로, 집에서 직접 자녀를 교육하겠다며 수강신청을 하는 것. 특히 첫 한 달 동안 무료로 홈스쿨링을 체험해볼 수 있는 이벤트까지 진행하면서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홈스쿨링이 생소한 분야였는데 최근 사립유치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련 교육을 받아보고 싶다는 부모들의 문의가 많다”며 “사립유치원 사태 이전과 비교해보면 약 30% 넘게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베이비시터 역시 최근 수요가 부쩍 늘면서 일손이 달리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 베이비시터 중개업체는 신청자가 크게 늘면서 대기번호가 50번대를 넘어갔다. 지자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돌봄서비스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사설 베이비시터를 구하려는 부모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비용은 시간에 따라 최소 월 16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형성돼 있지만, 부모들의 신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았는데 최근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웃돈까지 주겠다는 부모들도 나오고 있다”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더라도 한동안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