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안전인력 2000명 추가 채용’을 대책이라 내놓은 홍 부총리
[서울=뉴스핌] 이석중 에디터= 13일 아침 날아든 1월중 고용통계는 참담한 한국경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1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1월보다 고작 1만9000명 증가했다. 두달째 한자리 수 증가다.
지난해 8월 3000명 증가 이후 가장 낮은 수치고, 정부가 올해 제시한 목표치 15만명의 12.7% 수준에 불과하다.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0만4000명 늘어난 122만4000명에 달했다. 1월 기준으로 2000년 123만2000명 이후 가장 많다. 2000년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은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시점이란 걸 감안하면 현재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 지 알 수 있다.
경제정책 사령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일자리 여건 개선에 두고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 올해 일자리 창출 목표 15만개를 달성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런데 경제수장이 내놓은 대책이란 게 ‘고작 공공부문의 안전관리인력 2000명을 더 채용하겠다’는 것이어서 어처구니가 없다.
◆ 언제까지 돈 쏟아부어 단기 일자리만 늘릴 건가
“1월중 취업자 수가 한자리 수에 그친 것은 기저효과 때문이며, 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일찍 시작해 모집과정에서 고령층 구직활동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가 급감하자 경제활동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라더니, 이번에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일찍 시작해 실업률이 올랐다고 한다. 단기 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해 손쉬운 노인 일자리 예산을 늘린 결과로, 자기 발등을 찍은 셈이다.
정부 변명대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 취업자 수 증가폭이 둔화됐다면, 경제활동인구가 늘었으면 취업자 수도 크게 늘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1월중 취업자 수는 조금 늘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심각하다.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은 취업자 수가 17만명 감소한 대신 공공일자리 등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무려 17만9000명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앙정부가 닥달한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 만들기의 성과다.
연령별로는 30대 취업자가 12만6000명, 40대 취업자가 16만6000명이 각각 감소했다. 한국경제의 허리인 30,40대 취업자 감소는 제조업 붕괴로 인한 구조조정과 자영업자 몰락의 결과다.
노동계에 휘둘려 노동개혁도 못하고 최저임금 인상 및 탄력근로시간 등에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할수 있는 것은 공공부문 일자리, 그것도 단기 임시직 늘리기가 고작일 수 밖에 없다.
홍 부총리가 안전인력 2000명 증원을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일 거다. 이날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전체 339개 공공기관의 안전 인력을 늘리기로 해, 정부가 다그친다면 추가 채용 숫자는 더 늘어날 수는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단기일자리 만들기의 속편이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니라 임시방편 일자리 만들기에 재정을 더 쏟아붓겠다는 뜻이다.
◆ 제조업을 되살려야 일자리도 는다
앞으로 전망은 더 어둡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가 전달보다 0.01p 하락한 99.19라고 밝혔다. 지난 2017년 4월부터 21개월 연속 하락세이며, OECD가 통계작성을 시작한 1990년 1월 이후 가장 길다. 실업자 수가 근래 가장 많았던, 그 2000년 1월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소주성)’정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처분소득을 올려주면 소비 수요가 늘어나 내수를 살리고 생산과 투자를 확대한다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일견 그럴 듯해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림으로써 생각지 못한 한계 제조업의 붕괴와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초래했다. 결국 내수 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의 ‘소주성’이 고용절벽과 실업자 양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제조업이 현 경제상황에서 가장 안정된 일자리이며, 가성비 또한 높다.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폭 조정으로 한계기업의 퇴출을 억제하고,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늘려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문재인 정부가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노동계에 대해 빚지고 있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하겠다는 의욕도 되살려야 한다. 거의 모든 제조업이 중국에 추월당한 상태이고, 그나마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마저 기세가 꺾이고 있다.
기업인은 잠재벅 범죄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함은 물론,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도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일회성 ‘규제 샌드박스’로는 안된다.
무엇보다 이 정부들어 과거의 규칙을 느닷없이 부정하고 새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한 기업들을 다시 뛰게 할 수 없다. 정권과는 상관없는 정책의 일관성 확립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서 “부산과 세종이 세계 최고의 스마트시티로 성공하면 대한민국 경제는 선도형 경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은 소주성의 미몽 만큼이나 허황하다. 북한과의 경협이 되면 모든 경제현안을 풀수 있다는 생각은 더 더욱 환상이다.
조금만 참으면 잘 먹고 잘 살수 있다는 말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오늘 내일을 견디지 못하면 그 다음은 없다. 소주성의 미몽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국경제의 미래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