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 의회가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 일시 중지)을 피하기 위해 국경 안보 관련 잠정 합의안을 내놓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아직 시큰둥하다. 의회가 국경 장벽 배정한 예산이 자신이 요구한 것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민주당과 공화당은 셧다운을 막기 위한 예산안에 잠정 합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합의된 예산안에 텍사스주의 리오 그란데 밸리 지역에 울타리를 치기 위한 13억7500만 달러의 자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요구한 57억 달러를 크게 밑도는 규모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주장대로 장벽 건설 자금이 사실상 잠정 합의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낸시 펠로시(민주·뉴욕) 하원의장의 대변인 드류 햄밀은 “잠정 합의안에 장벽 건설 자금은 없다”며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예산안에 포함된 물리적 장벽을 위한 예산과 같은 규모의 자금만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에 서명할지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한 관료는 로이터통신에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통신에 백악관이 전체 합의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 소재 엘패소 카운티 콜리세움에서 열린 선거 유세 중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2019.02.11.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전날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국경 안보 관련 연설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합의 도출에 대해 들었지만, 세부사항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지만, 해당 예산안에 서명할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장벽을 어찌 됐든 건설할 것”이라며 “우리는 작업을 하고 있고 우리가 해야 하는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안을 받아들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리처드 셸비(공화·앨라배마) 상원 세출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안에 서명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니타 로위(민주·뉴욕) 하원 세출 위원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가 이것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면서 “우리는 정부 운영을 중지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벽 예산을 주장하도록 설득한 공화당의 강경파들은 합의안을 ‘나쁜 거래’라고 평가했지만
마크 메도우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이번 합의는 우리 국경을 보호하거나 불법 이민자 행렬을 막기 위해 진지한 시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안을 받아들이면 미국 정부는 셧다운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는 15일까지 이번 잠정 합의안이 처리되지 못 하면 미국은 지난달 25일까지 이어진 사상 최장기 셧다운에 이어 또다시 셧다운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35일간 이어진 셧다운은 80만 명의 연방 공무원들이 무급으로 일하거나 휴직에 들어가고 국립 박물관이 휴관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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