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비경기지수 "소비 호황 지속"
경제위기·자영업 불황·소비심리위축 흐름과 상반
"통계청과 대동소이...백화점·면세점이 견인"
"소비양극화, 대도시 소비인프라 감안해야"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서울소비경기지수가 현실 체감경기와 동떨어져 의문을 낳는다. 최근 불황으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느끼는 심각한 경제난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자료=서울연구원] |
◆서울소비경기지수 "호조·호황"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소비경기지수는 소매업 및 숙박·음식점업 등 시민생활에 밀접한 소비중심 업종의 생산활동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월간소비지수다. 연구자료로 활용되지만 국가승인통계는 아니다.
서울연구원은 카드회사의 카드매출 빅데이터를 이용해 서울 세부지역의 소비경기를 모니터링한다. 이를 통해 자료를 취합한 후 월간지 형식의 서울소비경기지수 보고서를 만든다. 서울시는 이를 지난해 3월부터 매월 꼬박꼬박 발표해왔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소비경기지수는 123.2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대비 4.3% 상승한 수치다. 이에 대해 서울연구원은 “지난달에 이어 소비 호조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종합소매업이 4.3% 증가했다. 무점포소매는 큰 폭의 오름새(35.2%)를 보였다. 권역별 소비경기지수는 서북권을 제외한 서울 전역에서 증가를 보였다. 도심권의 소비경기지수는 권역 중 가장 큰 폭(15.1%)으로 증가했다. 서울연구원은 이를 두고 “호조” “호황”이라는 표현을 연달아 사용했다.
지난 6개월 서울소비경기지수 흐름도 ‘호조’에 걸맞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지수는 △108.2(6월) △111.7(7월) △107.5(8월) △107.7(9월) △115.1(10월) △115.1(11월)이었다. 지난해 9월 딱 한 달,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했던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특히 같은 해 10월은 무려 11.0% 올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소상공인 총궐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8.08.29 yooksa@newspim.com |
◆통계청·한국은행 "불황·위기"
문제는 이런 지수를 봤을 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는 점이다. 다른 기관들이 근래 체감경기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한 것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위축, 인건비 상승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유례없는 위기에 내몰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통계청의 어떤 자료를 봐도 긍정적으로 해석할만한 소비경기지표는 찾아보기 어렵다. 통계청 ‘2018년 1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가 2017년보다 4.2% 증가했으나 분기별로는 △5.0%(1분기) △4.7%(2분기) △3.9%(3분기) △2.9%(4분기)로 증가폭이 줄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발표한 통계청 ‘서비스업 동향조사’는 더 우울한 수치로 가득하다. 지난해 음식점 및 주점업의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98.0으로 집계됐다. 전년(99.8)보다 1.8% 하락한 기록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의 하락은 대표적인 자영업종의 실질 매출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더욱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의 지난달 소비자동향지수를 보면 경기침체로 최근 가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자료에 따르면 외식비 지출전망은 90이고 의류비는 96, 교양·오락·문화비는 91이다. 가구·가전제품은 95다. 이 수치가 100보다 작으면 앞으로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현재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지난해 12월 5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초보다 무려 25포인트 빠진 수준이다. 이 숫자는 현재 경기 상황이 어둡다고 보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하락한다. 25포인트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연간 기준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 때문에 호조 연속이라는 서울소비경기지수는 납득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연구원은 자료에서 “통계청의 서울 서비스업 생산지수를 벤치마킹했으나, 지수의 공간 및 시간적 범위와 데이터 출처에 따른 표본이 서로 달라 지수의 방향 또는 증감률이 상이할 수 있다”고 설명해놨다.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모습 [사진=이형석 기자] |
◆"백화점·면세점이 호조 견인...대도시 특성 감안해야"
서울연구원은 서울소비경기지수가 통계청 분석과 '소비증가'라는 큰 방향이 유사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소비경기지수는 9월, 10월 추석명절 효과를 분리해서 보지 않았고 통계청은 계절조정을 한 값이라 등락폭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역시 조사표본·기관·기간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부적인 항목을 봤을 때 불황인 업계가 있지만 상위 업계의 소비규모가 증가해 호황이라고 분석한 것”이라며 “백화점이나 인터넷쇼핑, 편의점, 면세점 등 몇 개 업종이 전체 소비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계청이 산업동향분석에서 상하위 위계에 따른 업계분류를 하고 거기에 맞춰 호황, 불황을 나누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CSI는 설문을 기반으로 하는 조사이고 소비경기지수는 카드 매출액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현상지수이기에 체감경기지수가 좋지 않아도 실제 소비는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대도시 서울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에 특급호텔, 면세점 등 소비인프라가 집중돼 수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데이터만 발표할 뿐이지만 실제로 소비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부연했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