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평행, 교차해 움직임의 원천과 가능성 탐구
2월16~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현재라는 시간에 나의 과거와 미래가 같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추상적인 춤 안에 구상이 있죠. '평행교차'는 시간, 공간이 분리돼 있지만 하나로 교차해 하나의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요."
현대무용가 안애순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지낸 현대무용가 안애순(59)이 오는 2월16~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신작 '평행교차'를 선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인 '2018 창작산실-올해의 신작'에 선정됐다.
"민간 지원사업을 정말 오랜만에 신청했어요. 사실 젊은 안무가들에게 미안함도 있었죠. 30여년 간 꾸준히 작업을 해왔음에도 사실 우리나라는 중견 안무가들에 대한 처우가 쉽지 않았어요. 나이가 들어도 작업 의지와 발언할 힘이 있다면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검증된 안무가로서의 책임감이랄까, 진지하게 다시 현장의 안무가로서 이 작업을 어떻게 할 지, 저 자신에게도 기대감과 두려움이 있었던 작업이에요."
'평행교차'는 추상적인 움직임을 여러 가지 차원의 시공간에 옮기며 실험하고 이를 '평행, 교차'해 그 움직임의 원천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현존하는 몸이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상상할 수 있는 미래, 가상의 세계까지 조작해낸다는 시간성을 담는다.
"작품 속에 세 개의 시간이 있어요. 하나는 '원형'이라고 부르는 추상적이고 기호적인 춤이고, 이어 '원형'이라는 춤을 통해 과거의 시간, 본인에게 아픈 기억, 다시 불러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감추고 싶었던 것들을 재해석해서 '과거의 춤'을 추게 되죠. 마지막으로는 애니메이션과 함께 가상의 세계에서 두 인물이 바라보는 관계를 그려요."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현대무용가 안애순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1.25 mironj19@newspim.com |
우리의 몸 자체에 주목하며, 그 속의 시간성까지 끄집어내는 새로운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안애순은 최근 부모님을 자주 뵌 사실을 밝히며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깨달은 사실을 밝혔다.
"어른들은 현재보다 과거에 더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반대로 젊은 사람들은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죠. 과거의 기억도, 미래의 가상 세계도 모두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거에요. 현재의 시간이지만 내 몸은 과거의 시간도, 앞으로의 시간도 모두 겪을 테죠.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는 각자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삶과 존재에 대한 걸 몸과 함께 느껴봤으면 해요."
오랜 시간 춤에 몸바쳐온 안애순 또한 "춤은 어렵다"고 말하는 만큼, 이번 작업에는 드라마터그가 등장한다. 공연 일부 장면에 드라마터그가 등장해 설명을 더하는 것. 드라마터그(dramaturg)는 작품을 더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 설명이나 조언을 더하는 이를 말한다.
'평행교차'의 드라마터그 장혜진은 "작업을 하면서 이간의 몸이 소우주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안애순 선생님은 몸, 움직임을 예술의 장르성으로 들여다보고 계신다. 본인의 삶을 반추하고, 본인의 심성 안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피는 작업이었다. 저로서는 매우 뜻깊고 호기심 가득한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전하며 "여섯 퍼포머를 통해 몸 자체가 스크린이 되고, 그 움직임을 서로 읽어내야 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박훈규 영상감독(왼쪽부터), 현대무용가 안애순, 장혜진 드라마터그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또 작품의 시공간을 감각적이고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영상과 애니메이션이 함게 한다. 애니메이션 '숲에 숨은 달'의 우메하라 다카히로가 애니메이션을, 뷰직 대표이자 빅뱅 등 대형 가수들의 콘서트 영상을 도맡아온 그래픽 아티스트 박훈규가 영상을,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가 음악을 맡는다.
박훈규 감독은 "현대무용이나 새로운 작업에 관심이 많아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아직도 어려워서 열심히 공부하는 심정으로 하고 있다. 굉장히 새로운 장르로 나아가고 있는 작업인 것 같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다. 이들을 보면서 굉장히 감동을 받아 담배도 끊고, 일상에 대한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는 안애순을 주축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으로 기량과 경력, 개성을 갖춘 무용수 강진안, 오설영, 임정하, 조형준, 최민선, 허효헌이 함께 한다. 안애순은 이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작품을 통해 일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당부했다.
"지금 무용수들이 베스트에요. 각자의 기준이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무대 연륜도, 테크닉도, 최고의 플레이어들입니다. 분절 동작이 많은 추상적 움직임에서 감정이 들어간 피지컬 무브먼트, 마지막에는 작은 동작들이 수십 개로 쪼개진 무브먼트로 기계적이면서도 동화적인 느낌을 전달할 거에요. '평행교차'를 통해 일상의 패턴이 과연 나의 의지인지, 사회에 의해 정해진 것인지 돌아보고, 나의 몸과 시간을 다시 한 번 바라보길 바랄게요."
안애순의 신작 '평행교차'는 오는 2월16~17일 오후 4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