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내 어머니 이야기', 절판 후 '알쓸신잡3' 언급 후 재출간
드라마 '남자친구'·'SKY캐슬'에 등장한 도서도 인기 급상승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세상에서 사라질 뻔했던, '절판(絶版)'됐던 도서가 다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주인공은 김은성 작가의 <내 어머니 이야기>다. 이 책은 지난해 12월14일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즌3'(이하 '알쓸신잡3') 마지막 회에서 김영하 작가가 언급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내 어머니 이야기' [사진=애니북스] |
방송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 노출된 후 주목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한 도서를 '미디어셀러(media seller)'라고 한다. 미디어셀러는 베스트셀러 순위 재진입은 물론,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역주행을 이뤄내는 등 출판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내 어머니 이야기>는 총 4권 세트로 구성된 만화책이다. 2008년 1권 출간을 시작으로 2014년 완간 후 절판됐다. 만화가인 딸 김은성이 10년에 걸친 긴 시간 동안 어머니의 이야기를 녹취해 그려낸 만화다. '놋새'라는 애칭을 가진 작가의 어머니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일본군 위안부 징집을 피하기 위해 원치 않는 혼인을 하고 6·25 전쟁으로 피난민이 돼 남한에 정착을 하게 되는 과정 등을 생생하게 그렸다.
[사진=tvN '알쓸신잡3' 캡처] |
'알쓸신잡3'에서 김영하 작가는 "웬만하면 절판된 책은 안 가지고 나오려고 했는데, 이런 책은 사라져서는 안된다"며 "요새는 만화를 웹툰으로 보다보니 출판만화를 잘 안 산다. 그런데 이거는 좀 사주셨으면 좋겠고 누군가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방송 이후 <내 어머니 이야기>는 포털사이트 실검 1위에 올랐고, 곧 재출간이 결정돼 편집과 디자인을 새로 거친 개정판이 지난 11일 출간됐다.
김은성 작가는 개정판을 내며 "<내 어머니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많이 읽혀서 한국 근현대의 여성과 남성의 삶, 남과 북의 사람들의 삶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외에도 미디어셀러의 힘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장르는 드라마다. 최근 tvN '남자친구', JTBC 'SKY캐슬' 등 인기 드라마 속에 등장한 도서들 또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사진=지혜, 문학동네] |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박보검(김진혁 역)과 송혜교(차수현 역)를 가깝게 만드는 매개체로 등장한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비롯해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김연수 작가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방송 직후 판매량이 급격히 상승했다.
드라마 'SKY캐슬'에 등장한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역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해당 도서들은 'SKY캐슬'에서 입시 논술을 위해 결성된 스카이캐슬 입주민 독서모임 '옴파로스'의 독서 토론 선정 도서로 등장했다. 인터파크도서의 집계에 따르면 방송 이후 한 달간 판매량이 각각 10%, 1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파크 양단비 문학MD는 "미디어셀러의 인기는 예전부터 보장됐었지만, 이번 미디어셀러의 경우 드라마에서 연달아 비중있게 다뤄진 덕분에 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드라마에 등장한 시 구절 등이 SNS 상으로 빠르게 회자되면서 그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hsj1211@newspim.com